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은근히 끌리는 마성의 남자, 오베라는 남자~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건 그 내용이 분명 재미있다는 뜻이리라. 그 내용에 보편적인 관심을 끄는 흥밋거리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리라. 대중을 포복절도 시킬 유머를 갖고 있거나, 아니면 시사성이 강렬하거나, 그도 아니면 진한 감동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영화화 된다는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어떤가. 약간의 유머, 약간의 시사성, 약간의 감동이 버무려진 소설인데 은근히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처음엔 이 남자 왜 이래?’ 했다가 점점 이 남자 진국인데!’로 바뀌는 캐릭터다.

 

 

얼핏 영화화 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100세 노인과는 비슷한 듯 다른 코드다. 영화에서는 오베가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서의 오베는 진흙 속의 진주 같은 매력 넘치는 남자다.

 

오베는 59세 꽃 중년의 남자다. 그는 시계같이 정확한 원칙주의자다. 시대 조류에 휩쓸리기보다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일에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남자다. 말보다 행동으로 남자다움을 보이는 남자다. 문제는 세상이 점점 오베 같은 남자를 뒤쳐진 남자나 후진 남자로 본다는 것이다. 오베는 세상의 흐름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려는 소시민일 뿐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런 오베를 은근히 무시한다.

 

예를 들면, 모든 이웃이 외면을 중시하고 허영에 빠질 때도 오베는 기능과 실용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오베는 후방탐지기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갖는 것보다 후진할 수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구 하나 가는 일에 일꾼을 부르기보다 자신의 도구상자를 가지고 자신이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직성이 풀리고 차는 주차공간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그리고 알아듣기 힘든 최첨단 컴퓨터 설명에는 짜증을 참지 못하는 남자다.

어쨌거나 그는 시계 같은 남자이기에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고 정확한 양의 커피를 내린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도 정확한 시간에 마을 시찰을 하면서 불법 주차 차량과 쓰레기 투기 등을 점검한다. 그는 매사에 정확하고 불필요한 것은 없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세상은 점점 스마트화되면서 불필요한 것이 늘어만 간다. 그리고 문제는 그가 아내를 먼저 보내고 쓸쓸히 사는 남자인데다 갈수록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씩이나 된 오베는 그녀 없이 산다는 게 자꾸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오베는 이제 평화롭게 죽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통하는 이웃만 있어도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닌가. 하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까칠한 오베에게 이웃들은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거나 조금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대화 코드가 맞지 않는 세상에서 오베가 선택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오베는 자살을 하려고 그의 성격대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유서를 작성한 뒤 아내가 좋아할 가장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사실 오베와 주변 인물들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이다. 비싼 첨단 기기에 의존하면서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이웃들과 실용성과 필요성을 중시하는 오베이기에 오베는 이웃들과 늘 부딪치게 된다. 외면과 겉치장을 중시하는 주변 사람들과 기능과 원칙을 중시하는 오베와의 접점이 없기에 서로가 늘 큰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니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면 떠나는 수밖에. 하지만 오베에겐 세상을 떠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

 

자신과 맞지 않는 세상, 스스로 해 볼 생각은 않고 뭐든지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세상, 점점 더 나빠지는 세상과 작별하려고 하는 순간 오베에게 이웃들이 들이 닥친다. 시비를 걸거나 원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던 이웃들이 오베가 자살하려는 순간마다 오베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트레일러를 단 차의 후진을 도와주어 고맙다며 비스킷을 들고 오기도 하고, 라디에이터를 고쳐달라는 이웃, 사다리를 빌려달라는 이웃, 병원까지 태워달라는 이웃, 선로에 떨어지려다 외려 먼저 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하게 되는 상황 등 자살의 순간마다 방해꾼이 등장하다니.......

 

삶의 끝자락에서 무의미함을 느꼈던 오베는 그렇게 점점 할 일이 많은 남자, 쓸모가 있는 남자, 고마운 존재가 되어간다. 주변 사람들이 점점 오베의 실용성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오베 역시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고, 그렇게 서로 소통하게 되고…….

 

진실한 마음을 언젠가는 알아주는 가보다. 옳은 걸 옳다고 하는 게 별난 행동이 되는 세상이지만, 스스로 고치는 일이 별난 행위가 된 세상이지만, 유행과 풍조에 따라야 남들이 알아주는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원칙주의자를 알아주니 말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중심을 갖고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 살다보면 누군가는 알아주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자신의 원칙과 삶의 철학이 있는 오베라는 남자, 세상에 도움이 될 지언정 피해를 준적은 없던 오베라는 남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던 오베라는 남자,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오페라는 남자, 정직하고 성실해서 고지식하게 보이는 오베라는 남자, 남의 돈을 가진다거나 남을 일러바치는 일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믿던 오베라는 은근히 끌리는 마성의 남자지 않나.

 

블로그에서 시작한 소설이 입소문을 타고 출간이 되고 영화화 되다니, 대단한 작가다. 첫 장편소설이 이토록 대박을 터뜨리다니. 놀랍다. 게다가 30대 중반의 저자가 50대 후반 남자의 심리와 생각을 세밀하게 파헤치다니, 대단타. 영화에선 누가 주인공으로 등장할까, 오베라는 남자를 어떻게 그려낼까,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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