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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평점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카프카 단편선, 실존의 의미를 깨치게 하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순간 자신의 모습이 흉측한 벌레로 변신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대개 현실을 부정할 것이다. 벌레로의 변신이 한 순간의 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곧 깨어나게 될 잠깐의 꿈이라고 말이다. 어쩜 현실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벌레에 대한 대우가 아닌 인간적인 대우를 바랄 것이다.

가족을 부양하던 외판사원인 그레고리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몸이 바퀴벌레 같은 혐오스런 벌레로 변한 것을 알고 경악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변신을 걱정하기보다 놓친 새벽 기차를 생각하며 출근을 서두르려 한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망각한 채 여전히 출근과 회사의 비난, 가족의 부양문제를 고민한다. 시간이 흐르고 출근 시간이 지체되자 결국 회사 지배인이 집으로 찾아온다. 지배인은 갑옷 같은 딱딱한 등, 아치형의 딱딱한 배 마디,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 더듬이까지 있는 벌레를 보고 경악해서 돌아간다.
식구들은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의 모습에 식겁을 한다. 평소 그레고리와 친했던 여동생은 처음엔 오빠를 걱정하며 먹을 것을 갖다 주지만 이내 지쳐간다. 어머니 역시 처음엔 아들을 걱정하다가 점점 불편해 한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에 갇혀서 여동생이 주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 점차 벌레의 삶에 적응해 간다. 그레고리는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던진 사과에 맞아 심한 부상을 입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가족을 돌봤다면 지금은 자신이야말로 가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가족 중 누구 하나 그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돌봄을 주지 못한다.
결국 이대로 살 수 없다며 절규하는 여동생을 보며 가족들은 벌레를 내쫓기 위해 궁리를 한다. 며칠을 굶은 그레고리는 말라서 죽게 된다. 그 모습을 본 가족들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각자 결근계를 쓰고 하루 휴식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전차를 타고 교외를 가면서 아들의 죽음, 오빠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단 집을 옮겨 분위기를 바꿀 생각과 계획으로 희망에 차 있다. 더구나 어느새 그레고리의 부모는 성숙한 딸을 보면 신랑감을 찾을 때가 됐다며 새 삶과 새 꿈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람과 벌레의 대화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벌레로의 변신은 더 이상 소통 불가를 의미할 것이다. 벌레 취급 받던 밥벌이 아들이 결국 벌레로 변신하는 모습에 가족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불편해 하고 징그러워 한다. 아들을 이해하고 안쓰럽게 보기보다 도망가고 회피하고 부끄러워 한다.
밥벌이 기계던 아들의 죽음, 가족애와 인간애가 없는 가족, 아들의 죽음보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 아들의 존재가 있기는 했을까 싶다.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자신의 모습이 결국 바퀴벌레로 변신했다니. 낯설지만 슬프다. 너무 슬퍼서 웃긴 이야기다.
저자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다혈질의 아버지와 조용하고 사색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독선적인 폭군 아버지에게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해 노동자재해보험국의 샐러리맨으로 살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 소설은 카프카의 삶이 투영된 작품이다. 자신처럼 비루한 샐러리맨의 슬픈 종말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존재는 없고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도구화하는 삶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은 실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밥벌이로 타성에 젖어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 독선적인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벌레 같은 삶을 투영한 소설이다. 자신의 현실과 내면의 갈등을 잘 드러낸 실존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