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후기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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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후기 시집]독일 대표 시인인 릴케의 시를 만나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만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지만 그의 시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의 시집도 읽은 적이 없건만  그가 여성적이고 섬세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인이었다는 기억만 있다. 세월 만큼이나 잊힌 시인이건만,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살다간 시인이건만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아직도 감성에 젖게 된다. 아마도 사물의 본질, 삶의 본질을 꿰뚫는 시인데다가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어들 때문이리라.

 

 

 

 

물방울이 서로서로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철새가 울기도 하는 정원의 나무 그늘에서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눅눅한 낙엽이

해시계의 기둥까지 날려가는 일은 거의 없다.

마요라나와 고수에 묻혀서

해시계는 여름의 시간을 알리고 있다.

 

(중략)

 

혹은 울렁거리는 높은 우듬지에서

여름철의 비가 쏟아질

해시계는 잠깐 동안 쉰다

시간 알리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럴 때 하얀 정자 안의 과일과 꽃에서

갑자기 밝아오는 그런 시간을. -<해시계> 일부 -(70)

 

 

강렬하게 내리쬐는 해시계는 여름이 제격이다.

폭풍이나 소나기, 장마를 만나지 않는다면

여름날 해시계는 강적이다.

이글거리며 쏘는 그 빛에

희멀건 피부를 빨갛게 태우기도 하고

새파란 열매를 빨갛게 익히기도 하고

연초록 여린 잎들을 강인한 진초록으로 키워내니까.

덕분에 자연은 은혜를 입고

덕분에 여름은 성숙한다.

 

 

올라갔다가 다시 밑으로 떨어지는 것,

나의 내부에도 이런 존재하는 것이 생겨났으면,

, 손 없이 높이 올리고 받아들이는 것,

지극히 정신적인 멈춤, 공 없는 공놀이여. <분수> 전문 _(73)

 

 

분수처럼 끊임없이 내부에서 솟구치는 열정이 있으면 좋겠다.

화산처럼 폭발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솟구쳤다가 잦아 들었다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전진과 쉼 그리고 한 발 후퇴가 끊이지 않는 체력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삶의 내공이 쌓이지 않을까.

요즘엔 바닥에서 작게 솟는 분수도 있고 벽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분수도 있던데,

이런 현대적 분수의 변형들을 본다면 릴케는 또 어떤 시를 읊조릴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아름다운 시어에 감성 충만한 시인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의 시집을 읽은 적이 없다. 릴케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권유로 육군학교를 입학했으나 중퇴했다고 한다. 타고난 체력이 약해서 였을까. 이후 그는 시를 썼고 19세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고 한다. 그가 뮌헨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만난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그의 정신적 후원자였다. 한때는 조각가 로댕에 끌려 로댕의 문하생인 베스토프와 결혼해 부부가 되었고 부부가 함께 로댕론을 집필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후 이탈리아 여행 중에 르네상스 회화에 눈을 뜬 릴케는 루 살로메에게 보내는 편지인 피렌체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는 유럽을 여행하며 자신의 체험을 시에 녹이기도 했다. 저서로는 체코민족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단편집 프라하의 두 이야기, 러시아 여행으로 쓴 시도서, 로댕의 영향을 받아 조형성이 강한 새 시집, 철학적 고찰인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 《형상시집》 《두이노의 비가등의 시집이 있다.

 

 

 

 

그가 전 유럽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것, 삶에 대한 통찰을 시로 승화시켰다니, 그래서 그의 시에서 지역적 경계선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조각가 로댕의 영향을 받았던 릴케, 르네상스 미술의 영향을 받은 시인이어서 일까. 그의 시를 감상하다 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그것도 입체적으로 말이다. 3D수채화 같은 시에 저절로 감성 충만한 입체화를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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