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바꾼 휴대폰 - 환경을 위협하는 기업들의 음모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우리들의 선택
위르겐 로이스 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와 바꾼 휴대폰]휴대폰의 2년 수명의 배후엔 기업들의 음모가…….

 

언젠 부턴가 수리센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레기 수집상이 생겨났다. 그리곤 스캐너, 프린터, 디지털 TV, 스마트폰, 라디오 등 비싼 가전제품이나 최첨단 디지털 기기들이 짧은 수명을 마치면 쓰레기장이나 쓰레기 수집상으로 직행한다. 각 전자회사마다 서비스센터가 있지만 그곳에서도 물건을 고치기보다 새로 사라는 조언을 듣는다. 기기를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싸게 먹힌다는 친절한 말과 함께 말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수리하기보단 새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 수명이 단축된 건가. 왜 고치기 힘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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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첨단 기기들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배후에 기업들의 담합과 음모가 있다고 한다. 고쳐 쓰기보다 신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문화엔 기업의 이기적인 음모에 말려든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요즘 제품수명주기가 짧아도 너무 짧다. 컴퓨터 수명 5, 휴대폰 수명 2년 정도다이게 말이 되는가.  제품수명주기가 현저히 짧아진 배후엔 기업들의 계략이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기에 책을 읽으며 섬뜩했다. 기업들은 담합을 통해 계획된 노후화를 하고 있다니 놀라운 진실이다. 빨라진 소비문화와 짧아진 교체주기가 기업의 전략이었다니, ‘혹시나역시나였다니. 의혹이 사실이었다니. 그 배신감에 참담할 정도다. 기업은 언제부터 제품수명주기를 관리했나.

 

예전부터 기업의 생존전략은 계획된 노후화였다. 계획된 노후화란 재료 자체의 결함 때문에 못 쓰는 게 아니라 특정 시점에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오래 쓰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수명을 짧게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1924년 세계 최초의 카르텔 푀부스는 전구 수명 생산을 통제했다. 100년을 갈 수 있는 전구를 5년을 넘기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100시간이 지나면 타서 끊어지는 가느다란 필라멘트로 전구를 만든 것이다. 사실 전구에서 더 굵은 필라멘트로 빛의 세기를 줄이면 전구 수명이 늘기에 전력망 운용업체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전구 제조업체엔 불리하다. 더 가는 필라멘트를 쓰면 빛을 강하게 하지만 전구 수명이 단축되기에 전구 제조업체에 유리하다. 해서 전구 회사들은 비밀스런 카르텔을 만들어 전구의 평균 수명을 더 늘리지 못하도록 통제해온 것이다. 이들의 은밀한 카르텔 담합으로 오랜 기간동안 생산 제한과 시장 분할은 물론 전구 수명을 줄이거나 디자인을 바꿈으로써 소비를 조장했다니, 어찌 이런 일이. 2500시간, 5000시간 심지어 150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적인 전구의 실종이 안타깝다.

 

저자들은 제품의 조기노후화도 문제지만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오래가는 제품이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낙인을 받는다는 점이다.

심리적 노후화 역시 문제라고 한다. 이용하기 쉽고 수리 간편하고 가격도 싼 자동차 시대를 연 포드였지만 제너럴모터스의 과시적 소비를 조장하는 디자인으로 인해 신차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신차를 자기의 체면을 살리는 도구로, 자기 과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유행선도자나 브랜드화 전략 등 심리적 노후화는 멀쩡한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과시하게 만들었고 더 짧은 주기를 만들어 냈다.

가장 소비를 조장한 것은 쓰고 버리는 순순한 형태의 노후화인 일회용 제품의 일상화다. 일회용 제품은 소비를 진작하고 불황을 끝내는 아이디어였기에 기업들의 대환영을 받았다. 지속적인 소비 창출이라며 기업들은 매력적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문제와 자원재활용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는 없는 건가.

 

기능적 노후화도 문제다. 기능적 노후화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나은 제품의 탄생으로 기존 제품은 낡은 것으로 폐기되는 것이다. 기능적 노후화는 오래된 기술은 그대로 도태된다는 점이 아쉽다. 자동차를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오래 신었던 나일론 스타킹이 올 잘 나가는 스타킹이 된 배경에도 스타킹을 오래 신지 못 하도록 올의 헤짐과 망가짐에 대한 계획적 조절이었다니, 너무 사악하지 않나.

 

기업들이 이 정도로 음모를 꾸몄나 싶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다.

경제성장의 논리로 무장한 계획된 노후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객의 지갑 사정을 외면하고 빚내서 구매하라는 은행제도들, 낭비를 권하는 사회, 디자인은 완벽하지만 배터리를 수리할 수 없도록 만든 기업들, 수명을 줄이는 대신 색상과 무늬 등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산업 디자이너들의 저의, 2년이면 바꿔야 하는 휴대폰, 신차가 나오면 구매하게 만드는 전략, 올이 잘 나가는 스타킹, 오래가는 것은 괴물이고 어울릴 수 없다는 암시들, 성능이 점점 좋아지나 옛 기술은 활용할 수 없고, 기기의 가격은 비싸지지만 점점 짧아지는 수명 등 모두 믿기지 않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이다. 시대 조류에 따르지 않으면 왕따가 되고, 싸게 해서 자주 소비하게 만드는 경제적 노후화,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자원들,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의 현실 고발이다.

 

앞으론 빠른 기술 교체로 사 놓고 써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구형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용한 재화를 버리도록 신경 쓰는 소비자공학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이런 위기의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재활용을 하도록 권한다. 자연의 순환처럼 라이프사이클도 순환되게 하고, 낭비를 부추기는 경제성장 사회를 지양하자고 한다. 이를 위해 물물교환 시대, 기브박스나 교환 박스의 활용, 수리카페나 수리를 위한 공방 활성화, 재활용업체의 성장 등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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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업체의 성장은 쓰레기를 줄이는 대안이자 자원 절약의 묘안이기에 좋은 방법 같다. 소비자에서 스스로 만드는 자로의 변신, 물건에 대한 존중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키우기, 고쳐쓰는 문화 만들기, 수명 단축 칩을 내장하지 않기, 제품 조작을 통해 소비자의 사고 과정과 심리변화까지 변화시켜 제품의 교체시기를 빠르게 만들지 않기, 편리성에 젖은 사람들의 일회용 사용 줄이기, 신상품을 선호하는 소비문화에서 실속과 실용 중심의 생활태도로 바꾸기 등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많기에, 참 다행이다.

 

이 책의 내용은 화제의 환경 다큐멘터리로 150개 영화제 상영작이라고 한다. 스위스 녹색영화제 해바라기 상’, 스페인 국제환경영화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중국 광저우국제다큐영화제 최우수 기록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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