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추지 않네 - 어머니와 함께한 10년간의 꽃마실 이야기
안재인 글.사진, 정영자 사진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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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지 않네/안재인/쌤앤파커스]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의 사진 에세이...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즐거움을 선물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남다른 감회를 준다. 친구나 동료들과 하는 여행이 자유와 해방을 선물한다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해방감 속에서도 의무와 책임을 느끼게 된다. 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의 여행이라니, 그것도 10년도 넘게 지속되고 있다니, 대단타. 그 정도의 세월이면 이젠 동료 같은, 친구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사진마다 어머니가 담겨 있거나 어머니가 손수 찍은 사진도 있다. 부러울 따름이다.

 

 

서산 개심사는 가본 적 없는데, 개심사의 겹벚꽃나무가 카네이션 대신으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의 볼륨감인가 보다. 공주 마곡사의 솔바람 길은 백범 김구 선생이 한때 스님 생활을 하면서 거닐던 소나무 숲길이라니, 알고 걷는 길은 얼마나 남다른 느낌일까. 산청 단속사의 정당매는 자매(慈梅), 금둔사의 홍매, 청매, 백매 등 매화의 크기, , 의미가 이리도 다양한 줄 처음 알았다.

 

우와~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천지, 가을이 오면 꼭 가고 싶은 곳이다. 가을이면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일대에 빨간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꽃무릇은 동설란, 석산이라고 한다. 잎이 져야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다르지만 꽃무릇도 꽃이 필 땐 잎이 없고 잎이 나면 꽃이 없다. 꽃이 피었다 지고나야 잎이 나기에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꽃이다. 꽃말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인 이유는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하지만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9월에 피어나는 꽃무릇은 주로 절 부근에 피는데, 꽃무릇 뿌리의 독성 때문이라고 한다. 단청이나 탱화에 벌레 먹지 않게 하려고 사용한다는 꽃이다. 우리 아파트에도 심었다던 꽃이 지금은 흔적도 없다. 그 많던 꽃무릇, 누가 뽑아 갔나.

 

하루에 7군데 절터를 찾은 적도 있고 칠박 팔일을 여행한 적도 있다니, 그것도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라니, 흔치 않는 풍경이다. 사찰과 불교 유적지를 오가며 찍은 풍경들이 가득하다. 산과 들, , 바다, 바람과 햇빛을 느낄 수 있는 풍경 사진들을 보며 여유로운 순간을 즐기게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순박한 시골 인심, 점점 사라져가는 자연의 모습을 담았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서산 개심사, 공주 마곡사, 산청 단속사 터, 감포 대왕암, 강진 백련사 동백숲, 광양 성불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도솔암, 설악산 봉정암, 서산 천장암, 부안 내소사, 오대산 염불암, 지리산 산동마을, 여주 신륵사, 양산 통도사, 예산 수덕사, 창녕 관룡사 등 다시 가보고 싶은 곳도 있고, 못 가본 곳도 많기에 이 책에 나와 있는 장소만 다녀와도 멋진 전국일주가 될 것 같다.

 

 

불교 방송 PD인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하는 사찰 기행, 부러운 여행기다. 처음에 저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대학 합격을 빌며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다니기 시작했고 이후 여수 향일암, 남해 보리암 등 전국의 사찰을 다녔다고 한다. 아들의 불교 방송 PD로 입사 이후, 2003년부터는 모자가 함께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40대 아들과 70대 노모의 사찰 기행문이지만 어머니께 바치는 아들의 선물 같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아들의 사진 에세이기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진도 보고 에세이도 읽으니, 나도 그런 가족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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