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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내 생애 최고의 열흘/아데나 할펀/소담출판사]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화 중!^^
영화로 만들어지는 소설이라면 일단 믿고 읽게 된다. 영화화된 소설의 대부분이 재미가 있거나 스펙터클하거나 스릴이 있었으니까.
내 생애 최고의 열흘!
물론 영화화되는 소설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여배우 에이미 아담스 주연으로 20세기폭스가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 소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한다는 거다. 하지만 시작은 우울하다. ‘나는 오늘 죽었다.’로 시작하니까. 죽었는데 어째서 로맨틱 코미디냐고? 음… 긴 이야기를 하자면 스포가 될 것이고 짧게 감상평을 하자면 이런 거다.
알렉스 도렌필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애완견 복숭아와 함께 차에 치여 죽었다. 29세의 미혼인 그녀는 럭셔리한 차가 아닌 조그마한 미니쿠페에 치여 죽음을 황당한 맞았다. 갑작스런 죽음이란 얼마나 황망함과 아쉬움을 낳는가. 허무하게 죽은 젊은 자신을 보는 입장에서는 살아생전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까. 자신의 시신을 보며 그런 아쉬움을 가지는 순간 알렉스는 자신이 천국에 간 사실을 깨닫게 된다. 휴~ 다행히 천국이다.
천국에서의 삶은 지상에서와 비슷하다. 그곳에서 알렉스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리스 할아버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잘생긴 삼십 대 중반의 남자 애덤 스틸을 만나 달콤한 사랑도 나눈다. 맛있는 음식, 멋진 옷, 천국방송, 최고의 집, 신상품으로 가득한 옷장, 전용 수영장도 있다. 지상과 다른 점은 원하는 건 뭐든지 된다는 것이다. 흉터나 상처, 종기와 여드름, 피하지방과 기미까지 사라진다. 실컷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세탁이나 청소도 저절로 된다. 원하는 대로 변신하고,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 천국이다. 얼마나 행복했으면 이런 대화를 나눌까.
-내가 죽었을 때 당신도 죽어서 다행이에요.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하지만 알렉스의 행복도 순간으로 끝난다. 그녀의 수호천사가 나타나 천국입주시험을 주고 간다.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이라는 주제로 에세이 한 편을 쓰라는 것이다. 지금 있는 곳은 천국의 최상위 단계인 일곱 번째 천국인데, 역경을 이겨냈거나 찌든 가난에 고생을 했거나 아주 모범적인 삶을 살며 주변 사람들을 도운 이들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그녀가 이 곳에 머무를 자격조건이 되는지 심사하려는 것이다. 물론 에세이가 합격하지 못하면 그녀는 강등된다. 3단계 정도 떨어진다면 같은 천국이라도 레벨이 달라진다. 물론 천국은 천국이지만 지금의 화려한 옷장이나 멋진 집이 사라진다. 애덤과도 이별해야 하고 피하지방도 다시 생기고 철지난 옷을 입고 공용수영장을 사용해야 한다. 갑작스런 레벨테스트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고민이 있다면 천국이 아니지 않나. 뭐 반전을 위한 장치니까. 일단 넘어가고......
레벨이 강등되면 어찌 하냐고 고민하는 알렉스에게 할아버지는 네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안주하지 않고 산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는 것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알렉스는 지상에서의 삶을 떠올리며 자신의 짧은 생애에서 최고의 열흘을 생각하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식이 귀한 집안에 기적의 아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음을, 지나친 사랑이 당연한 듯 철부지처럼 살아왔음을, 좋은 친구가 있었음을, 아버지의 사랑에 실망으로 보답했음을, 멋진 키스도 했고, 당당하게 약혼을 거부하기도 하고, 늦게나마 독립적인 삶을 살려고 했음을 깨닫게 된다.
에세이 형식의 천국입주테스트라니, 미국인다운 발상이다. 한국의 경우라면 수능처럼 오지 선다형이 아닐까. 천국의 레벨을 7단계로 차등을 두다니, 천국도 여전히 불평등의 세계인가. 천국의 레벨, 천국입주테스트, 천국교환국, 테니스 수업, 파티, 입양 등 천국의 삶도 지상과 비슷하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곳이라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어떻게 천국 이야기를 그려낼지 말이다.
만약 최고 수준의 레벨인 7번째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천국 입주 시험을 살아생전에 친다면 어떨까.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이 확~ 줄지 않을까.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을 쓰는 동안, 지난 날을 돌아보거나 과거를 반성하기도 하는 시간이 될 테니까. 누군가에겐 사랑받았다는 사실에 행복해하지 않을까. 누구든 생애 최고의 열흘은 있을 테니까.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들을 붙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해야겠지. 내게도 소중하고 사람들,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많음을 깨달아야겠지. 내 생애 최고의 열흘도 적어보고 싶다. 은근히 감동적이고, 은근히 재미있고, 은근히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