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 달콤 쌉싸름한 내 삶의 모든 순간
홍승찬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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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홍승찬/북클라우드]휴일 오후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클래식 음악이라면 고등학교 때 음악시험이 기억난다. 작곡가와 곡을 연결해서 외우고 가사 내용까지 익혀야하는 힘든 시험이었다. 하지만 쉽게 외우는 법까지 노래로 가르쳐주신 음악 선생님의 노력으로 재미있게 외울 수 있었다. 내게 있어서 클래식은 그런 이유로 추억의 음악이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와 화풍에 대한 공부가 기본일 것이다. 알면 쉬워지고, 쉬워지면 즐기게 되는 법이니까.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음악가를 알고, 악기와 시대사조 등을 안다면 클래식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예전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간혹 운전 중에 클래식 CD를 즐겨 듣는다. 들을 때마다 아쉬운 건 곡에 대한 이해와 사연을 모르고 듣고 있다는 거였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언젠가는 음악가에 대한 이해, 클래식 곡들에 대한 탐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곤 했기에 만나서 반가웠던 책이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재미가 더하는 법이니까.

 

바이올린의 영원한 맞수인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의 이야기부터 흥미롭다.

스트라디바리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 런던의 소더비경매장에서 과르네리바이올린이 악기 경매 사상 최고의 낙찰가를 받았다고 한다. 잘 몰랐던 과르네리가 그 정도였다니. 과르네리 가격이 2006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이 받은 354만 달러를 능가했다니, 장인의 정성과 연주가의 길들임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결과다.

화려하고 매끈한 음색의 여성적인 스트라디바리와 거칠고 깊고 큰 소리의 남성적인 과르네리의 세기의 대결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미친 가격대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끝 모를 명품 악기의 가격을 생각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상상불가의 가격은 악기를 만든 장인과 악기를 길들인 연주자에 대한 존경일까, 아니면 소유욕과 허세가 만든 탐욕일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 희소성에 따른 가격 결정이니 주제넘게 뭐라 하긴 그렇지만 좀 심한 가격이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들은 목재의 수분이 다 빠져야 울림이 충분하다고 한다. 해서 현악기들은 100년을 넘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내고, 연주를 통해 제법 긴 시간동안 길들여야 된다고 한다. 악기의 진가는 기술과 길들임, 세월의 합작품이었구나. 그런 세월을 견딘 악기엔 얼마나 많은 사연이 들어 있을까. 자꾸만 궁금해진다. 100년을 넘긴 명품 악기 이야기는 가진 물건을 길들이기보단 새로운 물건으로 바꾸는 디지털 세대의 소비 습관에 대한 경고 같다.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 캐논은 니콜로 파가니니가 아꼈다던 악기인데, 매년 콜럼부스 축제가 열리는 1012일이면 프레미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가 연주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소리일지 듣고 싶다. 어쩌면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

바그너가 두 번째 아내 코지마에게 바친 생일 선물 <지그프리트의 목가> 에피소드는 달달한 로맨스다. 니체의 짝사랑이기도 했고 리스트의 딸이기도 했던 코지마 바그너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러브 스토리다. 유달리 기차를 좋아했던 드보르자크가 프라하 음악원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미국 철도산업의 현장으로 달려갔을 정도라니, 새삼 놀랍다. 그의 대표작인 <신세계로부터>를 들으면 기차역의 출발과 속도감, 장엄함을 연상케 된다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

 

 

클래식 음악 평론가 홍승찬이 전하는 클래식과 관련된 이야기엔 악기, 작곡가, 연주회, 공연장, 연주가, 곡 등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선율을 타고 흐른다. 클래식을 들으며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햇빛이 쨍쨍한 지금도 좋지만 이왕이면 비가 내리는 휴일 오후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딱~ 좋은 멋진 책이다. 한 폭의 근사한 풍경화가 그려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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