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과 보물 - 20세기 브랜드에 관한 명상, 증보판
윤준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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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과 보물/윤준호/난다]이젠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20세기 물건들

 

광복 70년 세월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이 어디 한둘일까 마는 이 중에서 60가지 우리 브랜드라니 흥미롭다. 분명 고물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다. 박물관에서 과거를 대표하며 자리 잡고 있을 물건이다. 어쩜 옛 신문의 한 모퉁이 기사로 남은 고물들이다. 시간은 물건을 빛바래게 하나보다. 세월 앞에 남는 물건도 없나보다. 그 시절엔 최신형의 실용품이었던 것인 세월에 밀려 이젠 사라졌거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닥다리라니 말이다.

 

 

물건에도 사연이 있고 기억이 있는가 보다. 20세기 60가지 물건에 대한 수다 속에 특유의 사연들이 있으니 말이다. 과거의 물건이어서 일까. 저자가 풀어놓는 수다가 구수하게 들린다. 60가지 물건에는 기억나는 것도 있지만 낯선 것도 꽤 있다.

 

절판된 <뿌리 깊은 나무>는 집에도 몇 권 있었던 책이다. 언니가 열심히 모았던 책이지만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신기했던 옛 이야기였다. 전통에 대한 것,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취재기였다고 기억한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조선의 기생 이야기, 내시 이야기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최초의 가로쓰기 잡지였다니. 한자가 기세등등하던 시대에 순한글 잡지였다니. 그땐 몰랐는데……. 버리지 말고 보존할 걸 그랬나. 이사다니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쉬운 책이다.

 

 

만남의 장소였던 종로서적 이야기도 공감가는 이야기다. 서울 지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종로서적 앞에서 친구랑 만나기로 해놓고 약속 장소에 늦게 나간 적이 있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서울 친구는 집에 가버렸다는, 씁쓸한 기억이 말이다. 종로서적 근처에서 미팅도 하고, 모임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만남의 장소가 흔치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종로서적이 없어졌나봐.

 

전원일기. 예전에 전원일기를 본 것 같은데, 일용 엄니가 기억에 날뿐이다.

 

ABC포마드, 가정표양말, 갓표바늘, 고바우, 공병우 타자기, 금성라디오, 나훈아, 낙타표 문화연필, 눈표냉장고, 닭표간장, 당원, 대구 사과, 동춘서커스단, 락희치약, 삼강 하드, 비둘기호, 삼표연탄, 삼학소주, 소년중앙, 신선로표 미원, 역전다방, 영자의 전성시대, 월남치마, 종로서적, 화신백화점,.....

 

 

책 속 추억의 브랜드들이 세대별로 각기 다른 향수를 자극할 것 같다. 겪어 본 세대만이 알 수 있는 추억여행을 선물할 테니까. 그래도 일부는 체험한 세대이기에 반갑게 읽은 책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추억의 물건들, 정겨운 이야기가 담긴 고물들, 어렵던 시절을 함께한 사물들이기에 애틋함이 더하다. 이젠 보물 같은 브랜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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