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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문제는 프레임이야~
한국에선 진보와 보수의 팽팽한 접전이 끝난 지 오래다. 얼마 전에 치른 보궐 선거에서도 보수가 승리했다. 진보가 다시 위력을 펼치려면 진보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먹혀야 한다. 개인적으론 보수주의지만 진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만 보수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걱정스럽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모두 프레임 문제인가. 프레임 짜기는 어떻게 하는가. 점점 보수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진보 세력을 확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코프는 새판을 짜려면 프레임부터 다시 짜라고 한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전문가이다. 그는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신경 구조까지 파고들어서 마음의 관점에서 연구하라고 한다. 그는 이런 정신적 구조물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방안의 코끼리’는 심리학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커다란 문제를 말한다. 이는 강자인 상대방의 언어와 상대방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주장을 펼친다면 패배한다는 말이다. 상대방인 코끼리의 프레임이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프레임으로 대항하라는 말이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 구조이며 삶의 모든 것, 사회 정책과 제도를 형성한다. 그러니 프레임의 재구성은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 프레임은 인지과학자들이 부르는 ‘인지적 무의식’의 일부다. 상식과 추론이 모두 무의식적 프레임에 의해 나온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보이지 않는 프레임을 인식하기네 단어를 들으면 뇌의 프레임이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결국 상대편의 언어를 쓰면 뇌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활성화되기에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도덕관, 신념을 담은 언어와 주장을 펼친다면 자신의 프레임을 활성화시키기에 승리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자신들만의 언어로,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어필하라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한 프레임의 재구성은 공적 담론을 변화시켜야 가능하다.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는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프레임 구성의 핵심인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새판은 당연히 자신들만의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에 맞는 프레임, 도덕적이고 행복한 프레임이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공론을 만들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보자.
상대편에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프레임 구성의 기본 원칙이다. 반대로 상대편을 끌어들이고 싶다면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끌고가는 낱말의 덫을 놓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충실한 프레임을 사용해야 하며, 상대편이 쳐놓은 프레임에 걸려들면 안 된다. 무엇보다 도덕적인 프레임이어야 하고 더 나은 미래와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프레임이라야 한다.
만약 진보주의자들이 승리하고 싶다면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명확한 도덕적 전망을, 자신들의 생각을 보편적 전망으로 납득 시켜야 한다. 유권자들의 뇌 안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인 레이코프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점, 자유를 두고 벌이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 전쟁, 뇌에 자리 잡은 프레임의 물리적 특성, 세제와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 프레임의 구성과 진화, 정치적 선동과 슬로건에 대항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먹히도록 하는 방법을 프레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정치는 도덕을 지향하지만 도덕적 관점이 다르다고 한다. 유권자 역시 도덕과 행복을 원하지만 그 기준은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삶과 다른 모순된 도덕 체계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뇌구조를 이해해야 프레임 구조를 바꿀 수 있다니, 정치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고 싶다면 이젠 프레임을 연구해야 한다. 전쟁 같은 프레임이야기를 읽다가 보니, 정치는 언어로 하는 전쟁 같다. 정책의 전쟁 이전에 말의 전쟁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