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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허영만의 커피 한 잔 할까요?/허영만/이호준/예담]오늘은 커피 한 잔 어때요?
오~ 커피 한 잔 좋아한다. 매일 마시는 커피이기에 제목조차 설레게 한 책이다. 언젠가 커피 공부를 한 적도 있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저자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 『각시탈』 『타짜』 『아스팔트 사나이』 등을 책으로, 영화로, TV드라마로 흥미 있게 본 적이 있다. 얼마 전에 『식객 1』을 보면서 꼼꼼한 취재를 통한 세부적인 묘사에 놀란 경험도 있다. 그림이 실물 같아서 사진인가 싶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이번엔 커피다. 커피 마니아는 아니지만, 커피의 향조차 구분 못하지만 매일 마시는 커피이기에 나름 커피 애호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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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데뷔 40주년 기념작이라니, 읽는 입장에서도 영광인 작품이다. 공동 저자인 이호준 작가도 허영만 화백과 15년을 함께 했다니, 대단한 만화 마니아들이다. 작가는 커피를 잘 몰랐기에 카페와 커피 마니아들을 찾아 열정적으로 취재했고, 그 모든 과정을 세세히 뒷부분에 싣고 있다.
커피는 악마같이 검지만
천사같이 순수하고 지옥같이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탈레랑 (4쪽)
‘2대커피’ 카페의 박석 사장은 커피 맛에 자존심을 건 사람이다. 구수한 커피 향으로 상처 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그들의 하루를 활기차게 하기 위해서다.
어느 날, 박석 사장은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며 문밖 출근하던 강고비를 카페로 불러들인다. 신참인 강고비에게 자신의 자존심인 커피 맛을 낼 수 있도록 에스프레소 머신도 맡기며 자기 맛의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주변의 헬카페, 보온병 커피점도 방문하며 커피 맛의 지존들을 소개한다.
2대커피를 찾는 사람들은 커피 맛을 즐기는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모두 커피 향으로 하루를 위로받는 사람들이다. 커피 맛으로 일주일을 버틸 힘을 얻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위로와 치유의 공간인 2대카페에서는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매일 맛있는 테이크아웃 커피로 시작하는 남자가 취직을 하게 되고, 카페로 매일 출근해서 목 좋은 자리를 지키던 예비창업자도 투자를 받아 창업의 꿈을 이루게 된다. 제과제빵을 배우는 에스프레소 마니아인 여고생은 자신이 구운 구겔호프를 카페 메뉴로 제안 받는다. 삼류 만화가는 출판사와 작품 계약을 하게 된다. 시를 쓰고 싶은 출판사 편집장은 수망로스팅으로 봄꽃 아래 커피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커피바리스타들의 열정, 로스팅과 향미, 생두의 미묘한 차이들을 알 수 있었던 커피 탐험이다. 베리에이션 메뉴인 에스프레소, 우유, 거품, 시럽까지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바리스타의 세심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다. 온도, 로스팅 시간,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시켜 주는 맛, 뉴크롭(New Crop)은 수확한 지 1년 이내의 생두라는 것, 갓샷(God Shot)은 창작에 영감을 주거나 삶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극적의 커피 한 잔을 말한다는 사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 AA, 예가 체프, 시다모, 날카로운 향, 미묘한 스모키향 등 마니아들만이 알 수 있는 커피 세계를 엿 본 기분이다. 헬라테, 60점짜리 커피, 보온병 커피, 추억의 자판기 노천카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향긋한 커피 세계를 노닐다 온 기분이다.
밥 같은 커피를 만들려면 그런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그에 합당한 카페여야 한다. 밥 같이 힘이 되고 삶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카페가 되려면 예비창업자에게 희망이 되는 장소, 창작의 영감을 주는 카페, 일이 풀리게 하는 카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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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맛과 정성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까지 그 맛에 전달된다고 믿는다. 사랑이 담긴 엄마의 밥상에서 가족들이 건강을 회복하듯, 정성 가득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자존심을 걸고 정성을 다 할밖에. 열정 가득한 커피의 세계, 커피 한잔에 위로를 받고 활력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커피는 희망이고 활력소다. 자판기 커피든, 믹스 커피든, 드립 커피든, 바리스타의 정성을 거친 커피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