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소녀 우리같이 청소년문고 14
이정옥 지음 / 우리같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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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소녀/이정옥] 머릿속이 복잡했던 가위소녀에게 무슨 일이…….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는 법이다. 남에게 보이기 싫어 잘라버리고 싶은 삶이 있는 법이다. 차마 그때는 깨닫지 못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도려내고 싶은 상처나 잘라내 버리고 싶은 삶이 아물게 되고 흔적을 남기다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법이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십대 시절, 친구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가족의 비밀을 안고 있다면, 그런 비밀을 들키고 놀림감이 된다면 얼마나 고통이고 상처가 될까. 하지만 지금의 상처가 견디기 힘들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머리카락을 잘라야 할까.

 

소설의 주인공은 서울대 나온 할아버지, 교육열이 대단한 할머니, 자폐증을 앓는 삼촌, 장애를 가진 엄마와 함께 사는 가위 소녀다. 줄여서 위소로 불리는 소녀다. 할머니는 위소를 위해 교육열이 높은 강남으로 이사 오지만 위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친구들과 거리감도 느끼지만 늘 위소라며 놀림을 당한다. 그러니 위소 스스로도 투명인간처럼 행동하며 친구들과 무신경하게 지낸다.

 

학교에서는 최서현을 중심으로 한 귀족세력과 유민주를 중심으로 한 신흥 세력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과외 없이 공부하는 유민주의 수학실력이 과외와 선행의 힘으로 성적을 유지하던 최서현을 누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곡동에서 벤츠를 타는 아이로 알려진 유민주가 위소에게 고백을 하면서 위소의 생각에 변화가 오게 된다.

민주는 부잣집 딸이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가정관리사이고 엄마가 일하는 부잣집에 얹혀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소의 이모할머니인 큰샘의 황토방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가위를 들고 선배들에게 대들던 위소의 모습, 엄마의 벌거벗은 모습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는 위소의 처지까지 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샘을 통해 자존감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에 민주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면서 당당해져 간다.

 

위소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가위를 가지고 다니며 자르던 소녀로 유명했다. 친한 친구들마저 거침없이 위소라며 은근히 무시하는 모습에 위소는 상처를 받곤 했는데……. 민주가 자존감을 찾는 모습, 세월호 사건을 보고, 이모 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위소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된다. 이후 위소는 머릿속이 복잡해질 일이 없게 되자 머리에 가위를 대지 않게 되는데......

 

 

자폐증 삼촌과 자기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장애 엄마를 소녀가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을 무시하는 아이들을 잘라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던 소녀의 작은 일탈에 대한 이야기다.

위소의 말처럼 차별과 무시는 무지에서 생기는 것이다. 배려와 이해가 없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야 함을, 누구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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