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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 - 신들의 탄생과 영웅의 신화를 한눈에 그림으로 읽는다!, 개정판 ㅣ 하룻밤 시리즈
이경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이경덕/RHK] 그리스 신화를 통해 역사와 문학, 예술을 만나다니, 재밌다.^^
이야기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를 보면 인간보다 더 감정에 충실한 신들의 모습에 매번 놀라게 된다. 삶의 전형인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면 인간보다 더 다양한 삶의 모습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엔 사랑과 질투, 욕망과 저주, 배신과 절망, 탐욕과 저주 등 희로애락애오욕이 모두 담겨 있기에 말이다.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가 몹시 마음에 든다. 신들의 사랑과 욕망, 질투와 배신의 비극, 신의 탄생과 인간의 죽음, 영웅들의 모험과 방랑, 인간들의 오만에 내려진 신의 형벌,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절망, 풀리지 않는 저주와 끈 등 7개의 주제를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저 빨려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프롤로그에 나온 ‘문자의 발명과 글로 읽은 그리스 신화‘가 가장 흥미롭다. 문자가 그리스에 전해지면서 그리스에서 문학과 예술이 꽃피웠다니. 최초의 문자가 발명된 페니키아에서 유럽으로 문자가 전해지고, 그 문자들이 언어로 변하는 순간의 이야기, 문자를 통해 그리스에서 문학과 예술이 발달한 배경을 그리스신화에 녹아 있다니. 재미있는 이야기다.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Europe)가 시돈의 해변에서 황소(제우스)의 등에 올라탔다가 그대로 크레타 섬까지 납치되었고 지금도 에우로페가 잡혀간 곳이 그 이름을 따 유럽(Europe)이라 부른다. 에우로페가 유럽으로 납치된 후, 여동생을 찾으러 오빠 카드모스는 그리스로 온다. 하지만 여동생을 찾지 말고 배에 달의 무늬가 있는 황소를 따라가 그 소가 눕는 곳에 나라를 세우라는 신탁을 듣고 카드모스는 테베를 세우게 된다. 카드모스는 결혼해서 딸 세멜레를 낳았는데, 에우로페를 납치했던 제우스가 이번엔 세멜레에게 사랑을 느낀다. 결국 세멜레는 제우스와의 사랑으로 불에 타 죽지만 그녀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남긴다. 이렇게 최초의 알파벳이 페니키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이야기, 그 중에서도 그리스에 전달된 이야기가 신화에 담겨 있다니, 읽을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다.
더욱 흥미로운 건, 문자를 전한 카드모스에서 시작해서 추상적 단어의 세계로 끌어올린 오이디푸스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테베의 라이오스 왕은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신탁을 듣고 간난 아기의 발에 구멍을 뚫어 산에 버린다. 비정한 부모에게 버림받은 오이디푸스(통통 부은 발)는 이웃왕국에서 자랐고 자기 아버지를 죽일 거라는 신탁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이를 피하고자 진짜 아버지가 있는 테베로 간다. 테베로 가는 도중에 오이디푸스는 한 노인(라이오스 왕)과 시비가 붙게 되자 그 노인을 죽이고 만다. 테베를 지키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마저 푼 오이디푸스는 괴물마저 죽이고 테베의 왕이 되고 왕비를 차지한다. 자신의 진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지만 오이디푸스는 그 모든 사실을 안 연후엔 자기 눈을 뽑아 스스로 장님이 되고 세상을 떠돌게 된다. 사랑과 질투라는 추상어의 시작을 알린 이야기다. 문자가 언어가 된 순간의 이야기다. 아테네가 스파르타와는 달리 문학과 시학, 연극과 민주정치가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이 신화에 담겨 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놀랍다.
사랑을 쫓아 강이 된 알페이오스와 샘으로 변한 아레투사의 만남, 실제로 바다 밑을 흐르는 알페이오스라는 강이 있다니, 그리스는 산과 바다, 들과 언덕이 모두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하구나.
수다쟁이 에코가 벌을 받아 남의 끝말만 되풀이하는 메아리가 된 사연, 에코의 사랑과 복수로 샘을 보며 자기도취에 빠져 죽게 된 나르키소스,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도취이지만 그리스인들은 수선화를 보며 ‘영생의 신이건 필멸의 인간이건 모두가 한 번 보기만 하면 찬탄하게 되는 경이롭고 찬란한 꽃’이라고 찬양했다니. 수선화를 볼 때면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져 경이롭다고 생각한 적도 있기에 놀라운 이야기다.

서양문명의 태동인 그리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부터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문화의 바탕이 된 모든 역사와 어원 등이 신화에 담겨 있으니까.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의 이야기, 신과 인간이 얽히면서 역사를 만들고 문학과 예술을 만든 가장 오래된 이야기가 밤을 꼬박 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온갖 삶의 형태를 비튼 세상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 그런 그리스 신화를 통해 역사와 문학, 예술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