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 만화로 들려주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글.그림 / 궁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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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만화로 들려주는 알찬 미술학개론!^^

 

만화로 들려주는 진짜 미술 이야기라니, 몹시 설레며 펼친 책이다. 늘 그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그림을 감상하거나 미술 관련 책들을 펼칠 때면 매번 설렘과 전율이 가득하다.

 

확실하다. 글보다 만화로 하는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다는 거. 어렵거나 생소할수록 만화로 먼저 접할 수 있다면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거. 음악이나 미술, 경제나 사회, 역사와 과학도 마찬가지로 글보다 만화로 먼저 접한다면 확실히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만나다니, 반감다. 방대한 미술 이야기를 마치 미술학개론처럼 만화로 그렸다니, 신기하다.

 

 

인생이란 간만큼 내 것이 되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음악도 미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미술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미술은 언어나 음향처럼 비물질적인 재료나 수단에 의하지 않고 물질적인 것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20) 미술은 시각이라는 감각을 전제로 물질적인 도구를 가지고 공간에서 창조하는 것이다. 회화, 판화, 조각, 건축, 공예처럼.

 

저자는 인간의 삶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 미술이 점점 난해해져가고 있음도 전해준다.

예를 들면, 이브 클랭은 자신이 작곡한 단음의 교향곡을 배경음악으로 푸른색 페인트로 범벅이 된 벌거벗은 두 여인으로 하여금 무대를 화폭 삼아 구르도록 해서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감각의 경계도 허물었다고 한다. 소변기를 내세운 마르셀 뒤샹의 <>, 커다란 나무 상자 같은 도널드 저드의 <무제>, 까만 정사각형만 덩그마니 그려진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사각형> 등 엽기적이거나 허망할 정도로 단순한 작품도 명작이라니.

 

 

암시와 상징이 많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얀 반 에이크의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암시가 많다. 창턱의 복숭아는 다산을 상징하고, 부인의 배가 나온 곳은 임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말하고, 천장의 불이 켜진 한 개의 초는 신성 혹은 성령의 임재를 말하고, 침대의 목조각은 성녀 마가렛으로 출산을 기원한다는 의미이고, 거울 뒤쪽엔 작가의 사인이 들어 있고, 벗어 둔 신발은 이 곳이 신성한 곳임을 말하고, 개는 충절이나 정절을 의미한다. 상징 없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온통 상징과 암시다.

 

캔버스 위에 환영을 찬조하는 것은 자연 세계의 진실을 암호화하는 과정이다.

형태는 무수한 선으로, 빛은 물감을 찍어 바른 붓질로 치환되어 그림은 자연의 진실을 숨긴 암호문이 된다. (72)

 

 

시대 상황, 작가의 상황과 취향, 그림의 의미에 대한 것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다. 실물처럼 보이려는 화가들의 경쟁 이야기도 재미있다.

 

선으로 그리거나 색을 넣고 명암을 넣는 순간 달라지는 그림들, 비례와 대칭을 조율하는 예술가들의 균형 감각, 격자 패턴, 마하 밴드, 착시 현상(옵아트), 불가능한 도형이나 공간, 미술사조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기본 이해를 돕는 안내서 같다.

미술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그림 속에 담긴 암시와 비밀, 암호문들, 미술의 다양한 장르들,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미래의 미술까지 미술사가가 그려낸 미술 이야기다. 만화로 된 쉽고 재미있는 미술학개론이랄까. 만화로 보여주는 유머 가득하고 알찬 미술학개론이다.

미술을 쉽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나 평소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한 이들, 처음 그림과 만나는 십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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