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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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남자 1]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철릭을 입은 조선 무관의 사연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인 <한복 입은 남자>를 소재로 한 책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갔다가 이탈리아로 가게 된 안토니오 꼬레아의 이야기를 담은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 조선 세종대왕의 파격적인 사랑을 받다가 갑자기 사라진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다빈치의 조우를 그린 이상훈의 <한복 입은 남자>, 이번엔 조선 무관의 최신형 무기에 대한 탐사를 그린 전경일의 <조선남자>.

 

 

<조선 남자>는 전경일 작가가 7년간의 구상과 기획, 집필의 과정을 거친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철저하고 방대한 고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기에 상상력을 더욱 자극했다. 400년 전 조선 남자가 어떻게 네덜란드의 궁정화가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을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닌가.

 

루벤스의 그림에 영원히 살아남은 조선 남자는 <한복 입은 남자>,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나타나 있다. 소설 속에서 조선 남자를 사랑하는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다나도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막달라 마리아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 무관은 왜 양귀의 땅으로 갔을까. 우선 그의 외관은 조선 초기 사대부 의복인 철릭 차림이다. 책에서는 그가 임진왜란 때 왕을 호종했던 무관이었고, 도원수의 밑에서 왜적과 싸웠던 무관으로 나온다. 임진왜란의 패배가 무기의 차이에 있음을 깨달은 그는 일본이 가진 신식총에 대한 본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그는 한양을 떠나 부산포를 거쳐 유구국(오키나와), 중국 복건성, 조와(자바) 상관, 히라도 상선 후속선을 타고 희망봉을 돌아 양귀의 땅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양귀의 땅에서 본 것은 종교분쟁과 마녀 처형, 돈에 눈 먼 상인과 종교인, 귀족들이었다.

 

<조선남자>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조선 남자의 그림을 성화에 넣으려는 가톨릭과 무역으로 재미를 본 상관의 합작으로 이미 양귀의 땅에 도착하기 전부터 조선남자의 그림 작업은 계획된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그 이면에는 17세기 유럽의 종교 분쟁과 바다 무역에 재미를 본 상관 함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철릭을 입은 조선 남자와 루벤스의 만남, 국방을 위해 최신 무기의 본을 가지고 싶었던 무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유구에서의 사랑, 양귀에서의 사랑, 재산을 뺏기 위해 마녀사냥도 서슴지 않는 이들, 구교와 신교의 충돌, 17세기 인문학자와 칼뱅파들, 북부와 남부의 대립, 조총의 본을 얻기 위해 성화 모델이 되고 개종까지 하는 조선남자의 이야기가 그 시절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기에 모두 흥미로웠다.

 

성화제작을 위한 동양인 채본은 동방 포교를 겨냥한 것이었다니, 동방 포교와 무역을 동시에 이루려는 가톨릭의 계획이었다니, 더구나 동방 선교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림에 넣을 모델로 낯선 조선의 무관이 제격이었다니, 동방포교와 그 홍보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루벤스의 성화 모델이었다니, 동방 선교와 동방 무역에 열광했던 시절이었기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재미있었다.

 

    

400여 년 전, 유구(오키나와)의 풍습과 풍물, 복건성과 동인도 회사의 분위기, 유럽의 종교분쟁과 무역상들의 이기주의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중국 황제의 화포 주문, 선교사 마테오 리치, 시암과 유구에서 명의 요구로 파병을 했다는 이야기, 흑귀의 등장, 조선을 떠나 양귀의 땅에 이르는 과정 등 모두 흥미진진했다.

 

지금도 종교적 박해와 정치적 갈등, 패권 다툼과 무역 전쟁은 어디에선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권모술수, 거짓과 위선 가득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이 어쩌면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을까. 2편에서는 조선남자가 그토록 원하던 무기의 본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 다나와 함께 할 수 있을까. 해피엔딩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내일은 2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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