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일의 묘/전민식/예담]대통령 서거 이후 권력 암투엔 풍수사가…….

 

인간의 운명이 풍수에 따라 달라질까. 묘 자리나 집터를 명당자리에 잡으면 운명이 달라질까. 풍수를 미신으로 믿지도 않지만 풍수의 영향이 현재와 미래의 복과 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 해 본 적도 별로 없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를 따져 명당자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던 시절이었던 197910월이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9일의 장례기간 동안 권력은 공백 상태였다. 그 권력의 중심을 노리는 군인들은 땅의 기운마저 끌어당기려고 암투를 벌이게 된다. 땅의 기운을 받아 권력을 잡으려는 군인들은 서로 명당자리를 차지하려고 이장과 암장을 반복하다가 서로 부딪히게 되는데......

 

황창오의 친아들인 중범, 황창오의 양아들 도학, 동료 해명은 황금으로 처리된 시신의 두상을 찾다가 도학만 정체 모를 군인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도학이 잡혀간 곳에서는 도학이 지관임을 알고 즉시 발복이 가능한 묘 자리를 찾아 달라고 한다.

 

한편, 무사히 도망친 중범은 왕릉으로 알려지지 않은 왕릉 터에 암장을 해주면 큰 돈을 주겠다는 모종의 거래 전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암장하는 순간 다른 군인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그곳에서 도학과 얼핏 마주치게 된다.

 

도학은 앵벌이를 하던 어린 시절에 황창호의 둘째 아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황창오가 거둬들인 아이였다. 어느 날, 당대 최고 풍수사인 황창오가 사라져 버리자, 도학은 황금 두상을 도굴해 중범에게 한 몫 넘기고 자신은 예전에 월남으로 떠났듯, 사막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삶은 예정대로 되지 않듯, 도학은 보안 사령관 앞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후 도학은 자신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명당자리를 알려 주지만 자신의 행동으로인해 중범을 궁지로 몰게 된다. 황금 두상을 찾아 편하게 살고 싶었던 중범은 억울하게 국가 전복의 회오리에 휘말려 빨갱이로 몰리면서 죽게 되는데......

 

대통령 장례기간 9일 동안에 벌어진 권력의 공백을 노린 암투들. 암장과 이장, 풍수사와 상선, 명장 자리의 다툼 등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 , , 바람의 맥, 나무와 잡초 등을 짚어 하늘이 점지한 명당자리를 찾아내는 풍수사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그려져 있다.

 

군인의 말 한 마디에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한 풍수가 결국 애꿎은 풍수사의 죽음을 초래하다니, 비정한 풍수 이야기다. 권력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풍수, 부귀영화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풍수를 노리고 전설의 혈을 찾는 군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열하고 잔인하다. 전설의 혈을 찾아 권력의 중심부에 서기 위해 풍수사를 이용하는 냉혈한 군부의 모습을 그린 특이한 소설이었다. 잘 쓰인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도굴군, 험석, 즉시 발복이 가능한 묘, 고문, 진술서, 빨갱이, 조작, 명당혈, 아는 사람만 아는 묏자리의 유물들, 조산, 주산, 외청룡, 외백호, 안산, 외수, 주작, 묘지의 흙맛, 냄새만 보고도 명당을 알수 있다는 풍수사의 이야기가 참신했다.

     

풍수지리는 묏자리나 집터 등에서 나오는 땅의 생기를 인간이 받아 복을 얻고 화를 피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토지관이다. 과연 명당이 인간의 운명이 풍수에 따라 달라질까. 물길과 빛길의 차이, 명혈과 악혈의 차이가 있을까. 풍수사는 자기 집터의 기운은 바꾸지 못하는 걸까.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 민속학자가 썼다는 조선의 풍수가 읽고 싶다. 이왕이면 조상의 음덕을 보고 싶고 땅의 기운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

 

저자는 개를 산책 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한 전민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