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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ㅣ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비즈니스 인문학/조승연/김영사] 인간의 역사는 비즈니스의 역사라니, 재밌다!^^
《공부기술》, 《이야기 인문학》으로 만났던 조승연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책 속의 내용이 비록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해도 맛깔스럽게 차려내는 저자의 솜씨가 일품이었기에 언제나 설레며 읽었다. 이번엔 《비즈니스 인문학》이다. 제목이 낯설다. 인문학에서 비즈니스적인 부분만 담았다는데도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비즈니스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그러니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인문학적 고찰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인문학에서의 비즈니스 이야기 역시 방대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인문학으로 배우는 조직력 중에서 처음에 나온 ‘히틀러의 아이거 봉 정복 전술의 숨은 뜻’ 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노스페이스는 산악의 북쪽면이라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의 산의 북쪽면은 깎아지른 듯한 험난한 지형이기에 도전적인 산악인이라면 노스페이스에 오르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이런 험한 산악용 특수 등산복으로 탄생한 브랜드가 ‘노스페이스’이기도 하다.
노스페이스와 관련해서 독일의 히틀러 이야기는 나쁜 사례다. 히틀러는 자신의 부하이자 역사학자인 괴벨스에게 독일인을 전 세계를 지배할 권리가 있는 ‘지배자종족’으로 만들도록 했다. 그래서 선사시대 역사부터 시작해 고고학 자료들을 짜깁기 하도록 했다. 이후 히틀러는 독일인이 세계를 지배할 지배자종족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로 살인벽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의 아이거 빙벽에 독일 깃발을 꽂고 오게 했다. 그때까지도 아이거 빙벽을 오르다가 살아온 사람이 없었던 죽음의 노스페이스에인 아이거 노스페이스 등반을 적극 장려한 것이다. 수많은 희생자가 속출하던 중에 마침내 1938년, 독일 등반가인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드빅 페르크는 얼음으로 덮인 죽음의 절벽을 오르는데 성공했다. 이후 히틀러는 이것을 2차 세계대전 중의 독일군을 더욱 지독하게 길들이는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상징적 행동이 잘못 사용된 경우이긴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도 상징적 행동은 중요하다고 한다. 말로만 슬로건을 거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 직원들은 희망을 갖게 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보인다고 한다.
교황 레오 3세는 ‘기사’라는 계급을 만들어 엘리트 의식을 불어 넣었다. 야만의 백성에서 프라이드 강한 중세 기사로 거듭난 이들은 중세 유럽의 천주교를 지켜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소수 엘리트로 구성된 정예부대라는 점은 선택 받은 자의 프라이드를 신어 주었기에 중세 기사들은 엘리트 신분이 주는 사명감에 따라 불사조 같은 충성심을 보일 수 있었다.
강한 자부심, 충성심을 보이는 특권 의식은 색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레바논 앞바다 타이르 섬의 푸르푸라 조개에서 나온 보랏빛 염료로 물들인 옷은 귀한 것이었다. 귀한 보라색 옷은 그리스와 로마 지도자들이 즐겨 입던 의복이었고, 지도자들은 자신의 부하들에게도 보랏빛 옷을 입혀 특권층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심어주었다. 그렇게 보라색 망토가 로마 최고 정예부대인 프레토리아 근위대의 표식이었고 로마 최고 특권층의 자존심이었다. 푸르푸라 조개에서 영어의 purple이 나왔다니, 재미있다.
유럽 기사층은 바다 끝에서 구해온 색소인 울트라 마린(로열 블루)를, 대영제국의 장교들은 무당벌레 수천 마리에서 얻은 버밀리언이라는 적색을 입혀 조직원들에게 특권 의식과 충성심을 갖게 했다.
인구가 적은 테베가 독립국가를 유지한 비결도 동성애 권장 등 군대 조직의 프라이드 증진에 있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에 등장했던 레스보스의 여궁수들인 아마존 여전사(a-mazos 가슴이 없는 자)들의 상징은 오른쪽 가슴을 도려낸 것이었다. 활을 편하기 쏘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잘라낸 것이 최고 궁수의 상징이었다니, 끔찍한 이야기다.
엘리트 의식은 옷뿐만 아니라 완장, 가방, 배지, 통과의례, 은어 등 다양한 상징을 사용했다. 난이도가 높은 통과의례, 자기들만의 특수한 은어 사용 등은 지금은 일부 특권층들이 강한 연대감이나 강한 자부심, 소속감이나 충성심을 위해 비즈니스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책 속에는 인문학으로 배우는 조직력, 인문학으로 배우는 리도십, 인문학으로 배우는 창의성, 인문학으로 배우는 기업윤리, 인문학으로 배우는 경쟁력, 인문학으로 배우는 고객관리, 인문학으로 배우는 자기관리 등 비즈니스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알차게 들어 있다.
인간의 역사가 비즈니스의 역사임을 알게 된 책이다. 인문학적 고찰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은 책이다. 언어의 기원, 신화, 역사와 문화가 멋진 만찬처럼 펼쳐지는 멋진 비즈니스 인문학 여행이었다. 딱딱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펼쳤다가 재밌어서 폭~ 빠져 읽고 있는 책이다. 비즈니스 분야가 아니더라도 삶에 대한 통찰을 줄 책, 인문학적 이해를 넓혀줄 책이기에 내게로 온 소중한 책이었다. 널리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