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
아이린 크로닌 지음, 김성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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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탈리도마이드 아기, 신체장애를 극복한 인어공주 이야기...

 

다름이 틀림보다 힘들 때가 있다. 틀림은 고칠 수 있지만 다름은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적으로 드러나는 다름이라면 거의 본능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머메이드는 영국의 강이나 바다에 사는 여자 인어를 말한다. 상반신은 젊은 여성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여성 인어다. 머메이드의 출현은 폭풍의 징조이기도 하기에 선원들조차 꺼렸던 유혹의 죽음의 여신이라 불리기도 했다.

 

 

제목에서 풍기듯 이 책의 저자인 아이린 크로닌은 다리 없는 아이로 태어나 의족 생활을 하는 작가이자 임상심리학 수련과정 중에 있는 한 아이의 엄마다.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다.

 

아이린은 태어난 지 여섯 달 쯤에 침대에서 떨어져 그나마 성하던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졌다. 꼬인 손가락들 역시 수술을 통해 겨우 펼쳐진 정도다. 아이린의 신체적 장애는 그녀를 임신한 상태에서 엄마와 아빠가 멀리 독일로 폭스바겐 사업설명회를 들으러 장거리 비행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임신 중임에도 엄마가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해서 태아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세상을 알아 갈 무렵인 4살 때, 이모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를 뺀 온 가족이 캠핑을 간 사실이 자신의 장애 때문임을 알고 자신의 장애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다리와 손을 가진 그녀에게 한결같이 따뜻함과 안정감, 지성, 유머 감각으로 그녀를 배려하는 이모 덕분이었다.

 

그래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 신체가 정상적이지 않아 불편하다는 것은 그녀를 더욱 예민하게 하고 더욱 슬프게 했다. 심지어 의족을 한 그녀를 워키토키 다리라며 놀리는 친구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열한 살 무렵의 일이었다. 학교에서 루크 수녀가 아이린의 엄마가 임신 중에 약을 복용했기에 다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엄마에게 직접 들었다며 공개적으로 반 아이들에게 말해버린 것이다. 이후 그녀는 잔인한 선생님, 무성의한 가족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괴로워한다. 더구나 엄마는 건강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 엄마는 동생을 낳은 이후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면서 병원 신세를 오랫동안 지면서 불안증세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이 절실한 그녀에게 엄마의 부재는 힘들게 했다. 다행히 아빠의 사업이 잘 풀리게 되어 학업을 지속하며 대학까지 나올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의족을 붙인 자신의 다리에 대해 점점 당당해지면서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된다.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아이도 정상적으로 갖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가 준 삶을 글로 썼고 세상에 당당히 드러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보통 무신경하게 지내지만 신체가 온전하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때가 있다, 몸이 불편한 이들, 아픈 이들, 다친 이들을 보면 저절로 건강한 신체 보존에 감사하게 된다. 만약 저자인 아이린처럼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거나 온전하지 않다면 나는 유년기와 사춘기를 잘 버텨냈을까. 모르긴 해도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노라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비롯해 삶의 많은 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남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나머지 영역에 대해 자신의 현실을 수용하고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빛도 비춤을 보게 된다. 아이린의 성장 과정을 접하며 이런 생각이 든다. 다름에 대해 놀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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