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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학교 ㅣ 심포니 논픽션 1
가와이 마사오 지음, 김미숙 옮김, 정인현 그림 / 심포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숲 속의 학교]어린 시절 숲에서 동물과 곤충과 함께 한 동물학자의 이야기…
어린 시절에 한 번쯤 꿈꾼 게 있다면 동물 키우기일 것이다. 대개 강아지에서 출발해 병아리, 고양이, 토끼,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누에 등 애완용으로 키우는 게 소원이었을 것이다. 숲이나 강, 산이나 들로 나가면 너무나도 많은 동물과 곤충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그 움직임을 관찰하게 된다. 이름이 익숙한 동물도 있고 이름조차 모르는 벌레들도 많지만 지구 위에 공생 공존하는 생명체기에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동물이나 곤충 키우기가 쉽지 않기에 늘 동물 키우기나 곤충 키우기는 로망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가와이 마사오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이나 곤충을 직접 키우거나 관찰하며 자랐고 나중에 동물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일본 요코하마 인간과자연박물관 관장, 교토대학 명예교수를 거쳐 지금은 일본몽키센터의 소장으로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숲과 집에서 꿈꾸어왔던 소망을 어른이 되어서 이룬 셈이다.
저자는 아와시마 산사의 여름 축제에 갔다가 노점에서 파는 기니피그를 두 마리 사서 직접 키우게 된다. 손수 목재를 가져다가 기니피그 우리를 만들고 풀을 베어 먹이거나 사료 값을 대며 직접 키웠다.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직접 감별하면서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키운 지 3년이 되자 70마리로 늘어나면서 사육장은 수컷의 전쟁터가 되었고, 이웃 동네 아이들에게 알려지고 소문이 나면서 많은 기니피그를 팔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곤충과 동물에 대한 관심을 더하게 했을까?
이후 형제들과 함께 집 근처의 숲 속으로 가서 동물을 관찰하게 된다. 가을날 덤불 속 찌르레기들을 보며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대나무 숲에 가서 쏙독새도 보고, 숲 속 여우 굴 근처에 가서 두부튀김도 놓고 오고, 팽나무에서 떨어짐 커다란 부엉이를 새장에 넣기도 한다.
산골짜기 외가에 가서는 족제비를 잡으러 다니고, 여름엔 곤충채집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집 근처의 산기슭을 얼마나 다녔으면 벌레들이 사는 장소, 곤충의 종류를 다 꿸 정도였을까? 심지어는 야생토끼가 새끼 낳는 것도 볼 정도였다니. 냄새가 고약한 장님거미, 노란알락꽃벌, 풍뎅이, 톱니태극나방, 사슴벌레, 개미귀신, 쓰르라미, 딱정벌레, 제비나비 등을 보면서 모르는 곤충에 대해서는 도감을 뒤적이며 이름, 특징, 습성을 찾아볼 정도였다. 곤충에 대한 그런 관심들이 점차 물고기, 새 등으로 점차 옮겨가게 된다.
강가에서 수중 생물인 피라미 떼, 장어, 메기, 돌고기, 주둥치 등을 잡기도 한다. 어느 날, 십자매 한 쌍을 사서 기르다가 산무애뱀이 십자매를 잡아먹은 사실을 알고 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십자매를 잡아먹은 산무애뱀뱀을 처단한 이후로 하고, 구렁이, 율모기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오래된 헛간에서 만나는 꼽등이와 구렁이, 숲속에서 만나는 멧종다리, 멧새, 참새 등과 친하게 되고, 작은 동물원을 만들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땅강아지. 곤충도 기르게 된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가와이 마사오가 어린 시절 숲에서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니, 마치 『파브르 곤충기』를 읽는 느낌이다. 숲 속 생명체가 그리 많은 줄도 처음 알았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숲에 가면 곤충학자의 포스다. 지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백과사전이나 도감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런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열정을 꿈으로 꽃피웠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숲에서 동물과 곤충과 함께 한 동물학자의 성장 이야기를 접하며 자연의 소중함, 꿈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