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사들
오은영 지음 / 북산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모 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오은영] 명화 속에 나타난 마술사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우린 마술 같다고 한다. 마술사는 속이고 관객은 속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승리는 늘 마술사가 가져간다. 그렇게 두 눈 뜨고 보면서 늘 속지만 마술은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청량제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새겨진 벽화에도 나오는 마술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의 하나였다. 지금은 마술이 오락으로 자리 잡았지만 고대부터 마술은 신과의 소통 도구, 영적 존재를 불러들이는 주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마술의 역사와 명화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선물하는 책을 만났다. 호모 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magic’영적 존재를 불러올 수 있는 힘 혹은 자연법칙을 지배하는 주술의 과정을 일으키는 능력을 통해서 일련의 사건에 영향을 주거나 신체적으로 기적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것처럼 꾸며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19)

 

고대 페르시아의 사제 계급을 나타내는 용어였던 마술은 때로는 주술적인 의미로, 때로는 초자연적인 속임수로, 때로는 자연의 법칙을 습득하기 위한 학문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산지오 라파엘로의 <동방박사의 경배>에 나오는 동방박사는 마기 또는 마술사였다. 성경에 나오는 마기(동방박사)는 번역에 따라 박사 또는 현자로 표현되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별을 따라왔던 동방박사 세 사람은 당대에 가장 뛰어난 학식을 갖춘 사제, 별을 통해 신과 소통하며 사람을 치유하던 사제였던 것이다.

 

 

베노초 고촐리의 <시몬의 몰락>에서도 네로 황제 앞에 끌려온 시몬이 엎드려 있는 모습과 시몬을 공중으로 끌고 간 악마를 쫓는 베드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도행전에 등장하던 시몬도 겁 없는 마술사였다. 시몬은 사도 베드로로부터 하나님의 권능을 돈으로 사고자했다는 비난도 듣는다. 마술사 시몬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에는 공중부양 능력이 있다는 시몬을 비극으로 그렸다. 종교적 관점에서 이교도로 지목되었기에 마술사 시몬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 한 것이었으리라.

 

또한 저주하는 흑마술(biack magic) 과 과학적인 자연탐구의 백마술(white magic)의 역사는 다분히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 한 것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해진 인형이나 그림을 그려 찔러 죽이는 행위들이 있었다니, 놀라운 이야기다.

아이티의 부두교의 인형의 저주의식 역시 흑마술이었다. 백마술은 15세기 후반 자연숭배를 바탕으로 한 자연마술로 시작해 17세기 후반엔 점성술, 연금술,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관상술 등으로 세분화되며 계몽주의와 맥을 함께 했다. 그렇게 마술은 밀교, 주술, 마법, 마녀 등 사회통합을 위해 사용하거나 종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때론 우주적 신비를 여는 힘으로 믿기도 했다.

 

 

근현대적인 마술의 발달도 흥미롭다.

17세기 중반부터 매직랜턴으로 빛과 그림자의 광학적 효과를 영상화하는 판타스마고리아의 등장은 종합예술로서의 마술로 발전하는 토양이 된다. 이후 마술은 공중 부양, 탈출 마술, 카드 마술 등으로 발전하며 종합예술로, 즐거운 오락의 마술로 거듭나게 된다.

 

이집트 신전 공사관으로 고용된 마술사, 그리스·로마 시대의 컵과 구슬을 이용한 마술, 마술이 악마적인 사술로 여겨지던 중세 기독 사회, 수많은 마술이 가업으로 전승되는 인도의 그림들, 공중 부양 기술을 선보이고 악마와 대화를 나누던 마술사인 해리 켈라(1849~1922) 이야기, 총알 잡기 마술사인 청링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조수가 쏜 총알에 맞아 공연 도중에 죽었다는 사실, 게다가 동양의 마술사처럼 보이려고 이름을 바꾸고 종이테이프와 쌀을 만드는 마술을 선보였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태어난 서양인이라는 사실, 길거리 쇼나 서커스를 실내 극장이나 응접실로 끌고 온 근대 마술의 아버지인 로베르-후댕, 마술사 가족인 알렉산더 헤르만 가족 등은 모두 마술, 탈출 마술의 대가인 해리 후디니 등에 대한 마술과 마술사, 명화의 이야기에서 마술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림 속에 드러난 마술 속에서 당대의 삶, 유행, 취미,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마술사 오은영이 호모 매지쿠스(Homo Magicus)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 인간의 마술적인 삶을 보여준 책이다. 고대부터 내려온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든 마술이 자연과 초자연, 정치와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을 쥐락펴락했음을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마술과 기술, 과학, 종교를 연결한 이야기, 유명한 마술사의 이야기를 통해 본 권력과 마술의 사회성, 마녀와 심령술과 관련한 여성 마술사 이야기, 예술과 오락으로 발전한 마술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다.

 

합리적이거나 모순적인 인간의 다면성을 볼 수 있는 마술은 신기하거나 비합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이면서도 기술적이기도 해서 늘 혼을 빼놓는다. 마술은 속임수의 오락일까, 아니면 창조적인 오락일까. 마술의 과장과 모순이 범벅인 사회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마법 같은 마술, 나도 배우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