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살 것인가]공존을 위한 인문학 특강!^^

 

삶에 정답이 없다지만 누구나 원하는 삶은 인간다운 삶, 나누며 공존하는 삶,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삶일 것이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이기에 공존, 공유, 공감 등은 공동체의 필수요건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늘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살지만 늘 부족한 삶이다. 해서 제대로 살기 위한 인문학적 통찰은 내게도 늘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이 많은 나에게 온 선물이다. 앞서간 인물들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는 성찰을 돕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인문학적 성찰은 더 큰 가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나의 문제에만 집중한 인문학은 정신적·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가 될 것이고, 자기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또 다른 술책이 될 것입니다. 약자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인문학은 교묘한 지배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5)

 

플라톤 이야기가 몹시 인상적이다.

플라톤이 길이 막힌 아포리아(통로와 수단이 없는 상태)를 극복할 방법으로 내세운 것은 교육이었다. ‘동굴의 비유에서 본질인 이데아를 보지 못하고 환영인 그림자를 보는 동굴 속 갇힌 인간이 깨어나는 것은 동굴 밖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플라톤이 말하는 교육이란 무지한 인간에게 밖으로 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었다. 플라톤은 진정한 교육이란 동굴 밖으로 나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플라톤은 길이 없는 아포리아의 현실에서 교육을 통해 서로 손잡고 함께 가는 길을 모색했다. 플라톤의 주장은 동굴 안에 머무르지 말고 선을 향해, 이데아를 향해 방향을 잡고 계속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선을 향해 머무르지 말고 나아가라,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경우엔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삶의 자세였다. 캐묻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던 논변의 시대에 소크라테스는 탁월함을 발견한다. 몸짱이나 성형 등에서 오는 외모에서의 탁월함이 아니라 절제와 헌신, 정의의 실천, 지혜의 추구가 진정한 탁월함임을 깨달은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깨달음에는 늘 질문하고 답변하는 문답법과 산파술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다. 질문하고 성찰해서 자신의 무지를 알라. 나 자신을 알기가 참으로 어려운 법인데......

 

류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의 난중일기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진한 감동이다.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의 전시재상이었던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은 임진왜란의 원인과 우리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역시 임진왜란의 기록이다.

 

임진왜란을 보는 조선과 명나라, 일본의 입장 차이가 흥미롭다.

일본은 임진왜란에 대해 1910년 이전엔 삼한정벌로 바꿔 부르게 된다. 정벌은 상대방의 잘못을 정당하게 손 봐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1910년 이후엔 삼한정벌 대신 문록·경장의 역이라는 중립적인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강제병합 이후 한반도의 역사가 왜곡되기 시작한다.

 

한편, 명나라에서는 이 전쟁에 10만의 대군을 보내 8년 이상 일본군과 싸우거나 대치하게 했다. 중국에서는 임진왜란을 항왜원조라고 한다. 원조라는 의미가 조선을 도왔다는 베풂의 뜻이다. 하지만 이미 왜군이 침략할 것임을 알고 있었던 명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보호 차원에서 군대를 보낼 수밖에 없었으리라. 조선이 왜에 뚫리면 이웃나라인 명의 피해도 만만찮을 테니까.

 

임진왜란 패전과 승전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일본군은 날아다니는 새도 맞춘다는 조총이라는 신무기와 전국 통일의 과정에서 전투 경험이 많은 전사들이 있었다. 은과 조총(데뽀)을 바탕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시에 키운 일본은 정명가도의 명분으로 조선을 침략하게 된다. 명나라를 칠 테니 조선은 그냥 길만 내달라는 것이다. 그에반해 조선은 싸울 군사력도 미약했고, 당파싸움으로 정치 혼란 가중과 민생 파탄 등 조선 내부의 문제조차 해결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일본군과 방어에 나선 조선군의 전쟁이었으니 누가봐도 승패는 뻔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할수록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임진왜란과 징비록 이야기다. 참고로, 조총(데뽀)에서 무데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명나라에선 1570년 경, 장거정의 대대적인 재정개혁으로 재정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임진왜란 당시에 명나라는 대군을 보낼 여력이 있었다. 장거정의 등장은 명나라의 수명을 72년 정도 연장한 효과가 있었다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명의 재정상태를 견고하게 했으니까. 장거정의 개혁이 조선의 입장에서도 명나라 군대의 도움을 받은 행운을 준 셈이다.

이순신의 해전에서의 승리는 언제나 전율이 일 정도로 짜릿한 승리들이다. 이순신의 바다에서의 활약으로 일본군의 서해진출을 저지할 수 있었고, 일본군의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었으니까.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서의 승리는 서해를 살리고 전라도를 살렸기에 결국 조선을 살리게 된 것이다.

 

임진왜란 중에 보여준 이순신의 책임감과 류성룡의 통찰력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진 조선을 살린 힘이 이순신의 책임감과 류성룡의 통찰력 덕분이었기에 늘 감사하게 된다.

 

책에서는 김상근의 아포리아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한명기의 징비록과거를 경계해 훗날을 대비하라’, 조성택의 화쟁, 경계와 차이를 넘어 함께 사는 지혜’, 석영중의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 황현산의 시와 타자의 목소리’, 고은의 내 안의 광야, 노래의 씨를 뿌려라’, 손봉호의 아프게 하는 사회,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 박승찬의 고통을 넘어 희망으로’, 차드 멩 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최인철의 행복은 몸에 있다’, 용타의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원리’, 이강호의 글로벌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등이 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은 언제 들어도 상쾌함을 선물한다. 때로는 공허하고 막막한 인생길에서 삶에 대한 통찰을 선물하는 인문학 강의이기에 유쾌함을 선사한다. 알토란같은 조언들이 가득한 책을 통해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찾아가게 된다.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돕는 유익한 인문학 특강이었다.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들을 위해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2013년 가을 학기에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고 한다. SBS<>에서도 방송되면서 화제가 된 강연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넘은 어떻게 살 것인가’, ‘더불어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고 고민을 담은 책이다. 공생공존을 위한 인문학 특강이다. 혼돈의 시대에 내게로 온 소중한 책이다. 올리뷰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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