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몽영(幽夢影),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인간사랑]고전이 주는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드는 책~~

 

 

언젠가 제가백가의 서를 두루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동양고전은 늘 설렘과 기대, 즐거움을 선물한다. 해서 중국 청대에 나온 고전인 유몽영을 읽으면서 고전이 주는 책읽기의 기쁨에 맘껏 빠져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베껴 보기도 하고 큰소리로 읽기도 하면서 몸과 영혼이 춤 춘 시간이었다.

 

 

유몽영(幽夢影)은 그윽한 꿈의 그림자, 꿈에 대한 해몽, 이루고자하는 꿈 등을 뜻한다.

 

그윽한 꿈의 해몽은 21세기에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회한, 과거의 성패 사례에 관한 아득한 추억, 미래의 이루고자하는 희망 등 다양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꿈이든, 현재의 꿈이든, 미래의 꿈이든 모두 그림자의 모습을 띠고 있는 점이다. 술과 바둑, 독서, 거문고, 회화, , , 여인 등을 노래한 유몽영의 모든 내용이 그림자를 얘기한 것이다. 그림자는 물리적인 형체가 없는 까닭에 마치 시공을 마음대로 오가는 유혼처럼 모든 꿈을 가능케 해준다. (28-29)

내우여독(對友如讀) 다양한 친구는 상이한 독서를 닮았다.

연박한 벗을 대하는 것은 이인의 저서, 풍아한 벗을 대하는 것은 명인의 시문, 근칙한 벗을 대하는 것은 성현의 경전, 골계 넘치는 벗을 대하는 것은 전기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

 

-해설-

연박은 학문이나 교양이 깊고 넓다는 뜻이다. 심박과 같다. 이서는 희귀한 책이라는 의미로 진서 내지 기서와 통한다. 풍아는 풍류와 문아를 통칭한 말이다. 시경의 국풍과 대아·소아를 통칭한 말로 사용키도 한다. 근칙은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이다. 골계는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익살스럽고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 해학과 같다. 전기소설은 당나라 때 나온 문어체 소설을 말한다. (65-66)

 

유유상종이라지만 알고 보면 친구도 각양각색이다. 독서도 친구처럼 각양각색임을 비유한 표현이 예스럽다. SF소설, 에세이, 고전, 장르소설, 동화, 시집, 컬러링북 등에 비견할만한 친구를 생각해보니 제법 짝이 지어진다. 난 골계 넘치는 벗 또는 풍아 넘치는 벗이 되고 싶은데…….

 

천지본회(天之本懷) 봄은 하늘의 본심이다.

봄은 하늘이 본래 품은 마음이고, 가을은 하늘이 연주하는 별다른 가락이 별곡이다. (69)

 

하늘의 본심, 하늘이 본래 품은 마음이 봄이고, 하늘의 색다른 마음이 가을이라니, 궁금해진다. 여름과 겨울은 하늘의 어떤 마음일까. 계절의 시작을 봄이라고 한다면, 봄은 하늘의 시작이고 하늘의 본 마음일 것이다. 여름은 생육이 활기찬 계절이기에 마음도 자라는 계절일 것이다. 겨울은 다음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에 들어가야 하기에 마음도 휴식을 하는 계절일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생동하는 봄이니 하늘의 마음도 시작이고 성장을 의미할 것이다. 봄비가 내린 이후에 더욱 성장하는 새싹처럼 봄에는 모두 성장하는 것이 하늘의 마음, 우주의 이치일 것이다. 생각할수록 새로운 깨달음이다.

복혜쌍수(福慧雙修) 복과 지혜를 겸비하라.

재능도 있고 부귀한 것은 반드시 복과 지혜를 두루 닦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89)

 

독서불난(讀書不難)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책을 수장하는 장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필요할 때 능히 찾아보는 간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간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책을 읽고 이해하는 독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독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능히 실제에 활용하는 능용가가 되는 게 어렵고, ‘능용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억하는 능기가가 되는 게 어렵다. (183)

 

장서가, 간서가, 독서가, 능용가, 능기가 등 독서의 단계를 알 수 있는 말이다. 능용가, 능기가가 되고 싶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잠언들이 있다.

 

애즉지증(愛則知憎) 사랑하기에 미움도 알게 된다.

사랑해야 미워할 줄도 알고, 미워해야 아낄 줄도 안다.(446)

 

당시상하(唐詩象夏) 당나라 시는 여름을 닮았다.

한위대의 시는 봄, 당대의 시는 여름, 송원대의 시는 가을, 명대의 시는 겨울을 닮았다. 사계절을 포함하면서 만물을 살아나게 하는 것은 청대 초기 여러 시인들의 시인가?(466)

…….

 

이 책은 유몽영유몽속영을 한데 묶었기에 총 305칙의 잠언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잠언에 풀이와 해설을 달았다. 독서와 문학, 자연과 예술, 꽃과 여인, 인생과 처세 등이 있다. 잠언집이기에 매일 하나씩 읽고 생각의 시간을 가진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의 잠언을 통해 풍요롭고 지혜로운 삶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인문학적 성찰’, ‘느림의 미학’,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키우기를 위한 책이라는 설명대로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해진 시간이었다.

 

유몽영은 중국의 역대 고전 가운데 창조의 미학을 역설한 대표적인 고전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중국인의 존경을 받는 지식인 임어당의 대표작 생활의 발견에 영향을 준 역대 최고의 잠언집이라고 한다. 중국 고전인 채근담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이라니, 처음 접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저자인 장조는 청나라 강희제 때의 공생의 자격으로 한림원 도서를 정리하고 교정하는 관직에 있었다. 시험 운은 없었지만 심재료복서, 화영사, 필가, 유몽영등의 책을 펴내며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역자는 21세기정경연구소 신동준 소장입니다.

 

나가는 글-독서와 삶에 소개된 동서양의 대표 최고의 독서가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앤드류 카네기, 윈스턴 처칠, 프랭클링 루스벨트, 헤르만 헤세, 존 스튜어트 밀, 이율곡, 박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지만 고전이 주는 힘과 즐거움이 특별하기에 고전을 즐겨 읽는 편이다. 특히 동양고전을 읽다 보면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들이 활약하는 상상도 하게 되기에 읽는 즐거움은 남다르다.

시카고대학교가 3류에서 미국 5위권의 명문대학교로 성장한 배경에 고전읽기를 목표로 한 시카고 플랜이 있었다. 고전 읽기의 매력은 사색하는 힘, 세상을 이해하는 힘, 세상을 즐기는 힘에 있지 않을까.

 

나는 공식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저서들이 지닌 심오한 가치를 깨닫고 철학 고전을 개인적으로 심도 있게 공부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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