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운 고백 박완서 산문집 1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쑥스러운 고백] 설레며 읽는 박완서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선생님의 산문집을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더욱 설렘을 주는 행복한 만남이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평민사, 1977)를 재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나오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이야기가 선생님의 쑥스러운 첫 번째 고백이다.

신나게 환호하고 떠들고 웃고 싶었던 선생님은 박신자 선수의 국제 여자농구 경기를 그리워한다. 속이 후련하리만치 신나게 박수치며 응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 안내양이 있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마라톤 경기를 구경하게 된다. 마라톤 1등 주자를 보며 신나게 환호하고 싶었던 선생님은 1등 그룹이 아닌 꼴찌 그룹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꼴찌 그룹의 마라토너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라톤을 매력 없고 우직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무지막지하게 깨게 된다.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지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20, 30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16)

 

고독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꼴찌 마라토너를 보며 우승주자를 만난 것처럼 응원을 했다고 한다. 꼴찌가 더 이상 우습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위대한 승리자임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나도 국제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꼴찌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안쓰럽다. 이야기 속에서 마주하는 지금은 사라진 버스 안내양의 이야기가 신선하다. 드라마에서나 만날 70년대의 흔적들이다.

 

책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는 그 시절의 세태가 담겨 있다. 퇴폐풍조를 막기 위한 장발 단속, 시장에서 닭 잡은 이야기, 초호화혼수 이야기, 군용 내복, 노상방뇨, 비로드 치마, 고추 값 파동, 시장 나들이, 아이들 교육 등 평범한 하루하루의 단상들이다. 산업화 시대를 치열히 살았던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다. 40년 전의 모습과 함께하는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 설레는 매력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을 별로 읽은 적 없기에 새롭고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