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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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가장 뜨거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삶에 정답이 없듯 진짜와 가짜의 경계도 모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기가 어렵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누가 거짓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말하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베스트셀러 넛지심플러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은 말한다. 세상엔 왜 허위 정보가 널리 유포되고, 왜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믿고 있느냐? 라고.

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법학자이자 응용 행동경제학 분야의 선구자이고, 전 세계 학계와 정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상가이자 위험한 인물로 손꼽힌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백악관 규제정보국 국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의 가장 유명하고 통찰력 있는 글과 시의적절하며 도발적인 글을 담았다. 허위 음모론과 폭력 사태, 9·11테러의 음모론과 음모론의 전파 방식, 정부의 개입과 권리, 비용·편익 분석, 보상금과 복지, 동물의 자율권과 재산권, 결혼할 권리와 동성 결혼, 종교 집단의 성차별, 반카스트 원칙과 양성평등의 중요성, 합의와 의견 충돌, 경청과 배려와 중간 주의 등에 대한 열띤 논쟁을 담았다.

 

왜 아주 멀쩡한 사람들이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믿을까?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무언가를 책임지거나 중단해야 할까? 정부는 왜 동성 결혼을 허용해야 하고 결혼권이란 대체 무엇일까? 왜 동물에게 권리가 있는가? 왜 우리는 무관심해야 할 일에 겁을 먹거나, 겁을 먹어야 할 일에 무관심한가? 어떻게 종교의 자유와 양성평등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 (책에서)

 

이 중에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애완견, 반려견, 애완묘이 넘치는 세상이기에 어느 때보다 동물 복지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높다. 이젠 동물에게도 법적인 권리를 부여해야 할까.

 

임마누엘 칸트는 동물이 이성도 없고 자각도 없다고 했다.(130) 공리주의자인 제러미 벤담은 동물학대가 노예제나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2002년 독일은 유럽 최초로 헌법 조항에 동물권을 넣었다. 유럽연합도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의 압력으로 식용동물의 처우 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적어도 일정 수준의 동물권 보장을 옹호하고 있다고 보고 동물권개념부터 규정해야 한다고 한다. 동물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동물 통제, 과학 실험, 엔터테인먼트를 전적으로 반대한다. 현재 미국은 최소한의 동물권을 현행법에서 인정하고 있다. 동물 학대와 고통 방치, 고문, 구타, 상해 등을 금지하고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식용으로 키우는 경우의 도축 등은 잔인하지만 예외적인 규정이다. 농장에서의 동물 학대는 공무원들의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기에 법 실효성도 의문이다. 동물들이 가혹한 대우나 고통을 받는다면 그 주인이 자신의 동물을 대신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동물의 대리인으로서 동물의 허락을 받았느냐의 문제도 있다. 만약 동물 주인이 동물 학대를 한다면 동물 대리인을 누구로 결정할 것이냐와 과연 법 실효성이 있느냐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화장품과 염색약 실험, 과학 실험, 엔터테인먼트, 경주를 위한 그레이하운드의 도살, 축산업에 대한 동물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기에 시급한 과제다. 식용동물의 경우도 법적인 한계를 보인다.

 

어떤 동물이든 동물의 자율성에 대한 주장은 궁극적으로 어느 쪽이 동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142)

 

동물의 자율성 측면에서 보면 애완용 동물이든 식용 동물이든 동물의 자율성을 저해한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번식 프로그램이나 가혹한 서식공간에서의 분리는 동물의 안정을 보장하기도 한다. 인간과의 교감을 이룬 동물은 야생으로의 방사가 어렵기도 하다.

 

재산으로서의 동물에 대한 논쟁은 어떤가. 가축의 경우엔 동물이 소유되기에 분명 재산이다. 하지만 개미나 바퀴벌레 등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축에 대해서 동물의 재산 가치가 우선일까, 아니면 동물 보호가 우선일까.

동물에 대한 범위와 동물권의 사용 등은 모두 애매모호한 문제들이다. 현실적 문제이긴 하지만 인간의 이해관계도 얽힌 다소 복잡한 문제다. 동물 역시 행복을 누릴 권리,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바퀴벌레나 쥐를 고통스럽지 않게 잡아야 할까. 복잡하면서도 애매모호해서 흥미로운 논점들이다.

 

소문과 낭설, 음모가 무성한 세상이다. 거대한 사건일수록 음모론이 드세다. 정보의 발표를 믿지 못하기도 하고 광고 역시 신뢰할 수가 없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떠도는 무수한 음모론에 대한 논점들이 몹시 흥미롭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가장 뜨거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이라고 한다. 모두 디베이트해 볼만한 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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