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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평점 :
[의자 뺏기]삶은 의자 뺏기가 아닌 자신의 의자 찾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지만 막상 깨물었을 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는 법이다. 다친 손가락 중에서 상처가 더디 낫는 손가락도 있다. 물론 상처가 더 잘나는 손가락도 있다. 상처가 났을 때 굉장히 불편을 주는 손가락도 있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손가락 같은 존재일까. 부모들은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은 내리사랑을 준다지만 받는 자식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자식을 차별하며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들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은오는 지오와 일란성 쌍둥이 자매다. 매사에 욕심이 많고 똑 부러지고 공부도 잘하고 잘난 체 하는 지오에 반해 은오는 욕심도 없고 공부에 관심도 없으며 매사에 대충 오케이 해버리는 아이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놓거나 자기주장을 해본 적이 없기에 기족 중 누구도 은오의 상처를 모른다.
일란성 쌍둥이라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결과들 때문일까. 가족들도 늘 지오 편을 들고 은오를 괄호 밖으로 내버리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간단히 말해서 차별하는 어른들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무책임하고 무지한 어른들이다. 한 가족이지만 가외의 가족 취급을 받는 은오는 남다른 피해의식을 키운다. 하지만 내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울분과 적개심, 피해의식만 쌓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서울의 엄마 아빠를 떠나 부산의 할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이유도 할머니 재산에 욕심이 많았던 부모의 뜻이었다. 부모의 온기가 그리웠던 은오는 알 수 없는 분노를 삭이며 음악으로 위로를 받게 된다.
삶의 고통은 패키지로 오는 걸까. 부모의 이혼, 엄마의 교통사고, 서울로의 전학, 지오가 첫사랑이었다는 부산 친구 선집과의 만남, 승미가 이끄는 짜장 밴드에서의 대타 보컬 등을 통해 또 다른 고통들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집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자신의 몫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아이로 커간다.
난 그동안 솎아진 아이라는 생각 때문에 세상으로 향하는 안테나를 접고 살았다. 누군가와 닿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펴야 한다. 손에 쥔 미움의 불씨를 버리고 내 안의 상처도 털어 내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닻을 올려야 한다.(174쪽)
가외 식구 취급당하는 아이의 내적 상처, 분노가 미처 분출되지 못해서 슬픔이 응어리진 아이의 방황, 동생 지오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와 대놓고 차별하는 무책임한 엄마에 대한 원망 등을 통해 어딘가에 있을 가족 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은 자리 뺏기가 아닌 내 자리 찾기임을 깨치면서 자존감을 찾고 자기 몫의 삶을 찾아간다는 사춘기 소녀의 일탈과 성장 스토리다.
은오의 성장을 통해 어느 집,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자리 뺏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제 몫의 자리를 찾아가라는 메시지 같다. 내 몫의 주장을 하고, 내 몫의 권리를 찾고, 내 몫의 사랑을 찾는 게 당연함을 외치는 소설이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휘둘리고 어른들의 욕망에 찌들려 상처받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버티며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이기에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2014년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의자 뺏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자신의 몫의 사랑을 받고 사는 걸까. 뺏겨서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기 몫의 자리, 자기 몫의 영역을 제대로 차지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