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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평점 :
[야수의 나라] 살아남아야 이기는 정글 같은 타짜의 세계
정글 같은 세상이기에 버텨야 한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것이 밀림의 룰이다. 그러니 아무리 신의 한수, 도박의 천재라도 살아남아야 이기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타짜의 세계에 최후의 승자가 되는 비법은 이기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수의 세계에서도 적자생존은 기본 원칙이다.

도박 천재였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재휘는 어렸을 때부터 포커 게임의 수를 읽을 줄 아는 도박 천재였다. 하지만 도박판을 다니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보다는 강원 랜드의 정식 직원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살기를 소원한다. 해서 아버지와 형 동생 하던 사이인 용팔을 아버지로 모시고 소시민으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 끼어든 선영은 도박판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재휘에게서 게임을 배우게 된다.
오랜 훈련 끝에 신의 한 수로 태어난 선영은 재휘와의 사랑보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부나방처럼 야수의 세계인 강 회장의 하우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야수의 손아귀에 잡히게 되고 사랑하는 재휘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된다. 백전노장 용팔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 그녀는 밀항을 하고 전신성형을 해서 다시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그리고 야수의 손아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재휘를 구하고자 다시 도박 정글 속으로 뛰어든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지만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타짜들의 세계는 거액의 돈 앞에서 룰과 의리는 쓰레기처럼 구겨지는 세계인가. 컴퓨터처럼 확률을 분석하며 수를 읽을 줄 아는 두뇌 게임,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할 때 동공이 커지듯 상대의 미묘한 표정을 보고 패를 읽는다는 도박사의 심리전, 온갖 현란한 포커 기술들이 긴박감 속에 펼쳐진다.
거액의 현금이 주는 맛은 비릿하지만 달콤한 유혹의 맛이고 치명적이다. 사랑과 욕망, 돈과 힘 앞에 무기력한 천재 도박사들의 말로, 살아남아야 이기는 정글 같은 타짜의 세계가 끔찍하지만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인터파크 주최 K-오서어워드공모전에서 5차 최종후보작으로 당선된 김나영의 『야수의 나라』를 읽으면서 야수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했다. 포커니 카드니 하는 게임에 관심이 없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빨려들 수 있었다. 잘 짜인 소설의 매력도 있었지만 도박판의 잔혹한 생존의 룰이 세상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도 수를 읽어야 하는 세상, 뛰는 놈 위를 날아야 하는 세상, 살아남아야 이기는 정글 같은 야수의 나라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