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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1 - 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5년 2월
평점 :
[조선왕조야사록 1]강자의 입장에서 감춰야했던 조선왕조야사, 흥미진진해~
역사를 읽는 재미로 본다면 단연코 정사보다 야사다. 승자의 입장에서 버려졌던 역사인 야사는 때로는 드러내기 민망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있지만 밝혀서는 안 될 극비의 치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감추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정사로 드러냈다면 그런 단점을 솔직하게 파헤치고 싶은 고발 본능을 야사로 드러냈기에 야사야말로 더욱 흥미진진한 역사일 수밖에.
학교에서 배웠던 정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쓴, 지배세력들이 주관하여 편찬한 역사였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 배웠던 야사는 풍속이나 전설쯤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정사의 결함과 오류를 보완하기도 한 우리의 역사다. 해서 야사가 정사보다 당시의 시대상과 민심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판을 받기도 한다. 어쨌든 허위기록과 과장의 정사보다 지배층의 비밀스럽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낸 야사가 더 끌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범서가 쓴 『조선왕조야사록』은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을 토대로 각종 야사를 참고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야담류의 향담과 도청도설류는 빼고 사건과 인물 위주로 엮은 것이다.
참고로,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은 부친의 유배시절 유배지에서 적은 필사본이다. 조직적인 체계, 편리한 열람, 정확하고 풍부한 사실의 수록이 특징이라고 한다.
조선의 건국에 얽힌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끈다.
태조 이성계는 활을 잘 쏘는 힘이 장사인 무인이었다. 어느 날, 황소 두 마리가 서로 뿔을 걸고 싸움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끼어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성계가 뛰어들었다. 이성계는 황소의 뿔을 하나씩 잡아 소들을 떨어지게 했고 소싸움을 멈추게 했다고 한다. 괴력의 무사였던 이성계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런 일화도 있다. 명궁이었던 이성계는 절벽 밑으로 달아난 사슴을 쫓아 자신도 말과 함께 절벽 밑으로 구르며 활로 사슴을 맞히는 이야기, 걸어가는 꿩을 날게 하여 활로 맞히는 이야기, 왕이 되는 꿈 해몽을 무학대사를 통해 듣는 이야기, 위화도 회군의 성공담, 이성계와 통두란(이지란)이 의형제를 맺은 사연, 고려 충신들이 두문동의 불길 속에 죽은 이유, 권근 등 고려 충신들을 끌어들이려는 이성계의 노력, 정도전의 한양 설계, 개국 공신 배극렴에게 뼈가 있는 말을 남긴 기생 설매 이야기, 왕자의 난 배경과 과정들, 함흥 행성과 함흥차사, 허울뿐인 왕 정종의 시대, 야심가인 태종 이방원, 양녕대군의 자유로운 방탕 등...... 평소 역사소설 속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이기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특히 요즘 jtbc 드라마로 방영 중인 <하녀들>과 겹치는 이야기가 많기에 몹시 솔깃해지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성군 세종, 준비된 왕 문종, 허수아비 왕 단종, 피비린내의 세조, 예종, 태평성대를 이룬 성종, 폭정의 시대인 연산군, 중종, 인종, 수렴청정의 시대 명종까지 이어지는 재미로 읽고 흥미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야사가 담겨 있다. 정사를 미처 다 알지도 못하기에 정사와 야사의 구분을 할 수 없지만, 야사 특유의 읽는 맛은 짜릿하다. 확실하다.

역사의 뒤편에 있었던 야사,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기 꺼려졌던 야사, 미주알고주알 캐는 뒤 담화의 수다스런 묘미까지 선물하는 조선의 숨겨진 왕실야사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야사라지만 단순한 찌라시의 수준을 넘는 솔직하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조선 역사의 뒷담화이기에 중독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강자의 입장에서 감춰야했던 조선왕조야사는 역시 흥미진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