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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아르센 뤼팽 전집 3, 기암성] 괴도 뤼팽과 소년 탐정의 대결, 여전히 스릴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암굴왕』과 『기암성』이다. 특히 『기암성』은 세계 명작인 아르센 뤼팽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괴도이지만 뤼팽이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기암성이 주는 절묘한 성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잡히기는커녕 형사들의 머리 위를 나는 신사적인 천재 도둑인 뤼팽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전율이 인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뤼팽의 활약을 보며 어찌나 흥미진진했는지…….
어른이 되어서 읽는 아르센 뤼팽시리즈지만 여전히 재미와 흥분을 더한다. 급한 마음에 아르센 뤼팽 전집 중에서 3권인 『기암성』을 먼저 빼 들었다. 소설에서는 천재적인 뤼팽에 대적하는 소년 탐정 보트를레의 활약, 기암성과 프랑스 국왕들의 보물에 대해 그리고 있다.
외동딸 쉬잔과 조카 딸 레이몽드와 함께 고성에 사는 제스브르 백작은 밤중에 도난을 당한다. 레이몽드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절도범에게 총상을 입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다. 집안을 둘러본 백작은 도난당한 물건이 없다고 하지만 수상한 쪽지들이 발견된다.
변장을 한 채 사건 현장을 어슬렁거리던 수사학급 학생인 탐정 보트를레는 도난당한 물건과 범인을 안다며 사건에 끼어든다. 그는 고성의 유물과 렘브란트 그림을 바꿔치기한 범인은 괴도 뤼팽이고 집안과 교회 유적에 있는 유물들은 모두 가짜라는데…….
아마추어 학생 탐정이지만 헐록 숌즈에 맞설 수 있는 능력자라는 평판을 받는 보트를레는 뤼팽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다른 사건과 연계되고, 뤼팽은 변장에 변장을 거듭하며 보트를레를 혼란스럽게 한다. 게다가 사건 현장 부근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점, 기호가 암호처럼 적혀 있다.
공범자를 거느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뤼팽은 가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변장으로 보트를레를 속이기도 하지만 보트를레 역시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뤼팽의 흔적들을 찾아낸다. 그럴수록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뤼팽의 쪽지가 날아오고, ‘드모아젤(아가씨들)’, ‘에기유 크뢰즈(속이 빈 바늘)’이라는 내용까지 밝혀내지만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다.
파리 시민들은 보트를레의 통찰력과 직관력, 경험과 재치, 용기와 대담성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뤼팽의 신출귀몰에 빨려들기도 한다. 곳곳에는 뤼팽이 파놓은 함정들이 놓여 있고…….
보트를레 아버지의 납치, 프랑스 왕들의 보물들, 죽음 직전에 나눈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비밀 서신, 에기유 킈뢰즈가 기암성임을 밝혀내게 되는 과정들, 기암성에서의 결투 등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전개가 계속된다. ,
헐록 숌즈의 라이벌이라고 인정을 받는 소년 탐정 보트를레의 매력, 정보만 가지고 논리력과 추리력을 동원해 미궁에 빠졌던 난제를 해결하는 천재성, 프랑스의 고성과 강, 숲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들이 몹시 매력적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뤼팽에 대한 것이다. 뤼팽과 레이몽드와의 로맨스, 왕실 금고 속 보물을 고스란히 프랑스에 내어주는 대범함, 성공회 신부나 늙은 공증인, 문학 아카데미 회원, 고성의 주인으로 변장하는 뤼팽의 상상불가의 변신술, 정열적이고 쾌활하고 장난기 가득한 신사적인 세기의 도둑 뤼팽의 활약은 이 소설의 백미다.
천재적인 소년 탐정이라던 보트를레마저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대목, 프랑스 국왕의 후손인 뤼팽이 자신이 가진 진품 명화와 유물들을 기꺼이 기암성에 두고 도망쳐 나오는 장면 등 모두가 손에 꼽고 싶은 명장면들이다. 기암성의 은밀한 내부 구조가 어떨지 상상불가다. 영화로 나온다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해진다. 어른이 되어서 읽은 괴도 뤼팽과 천재적인 소년 탐정의 대결을 다룬 『기암성』, 여전히 스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