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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을 닦고]방송인 사유리의 에세이…….
방송에서 가끔 나오는 것만 알았지 사유리의 입담을 들은 적이 없다. 얼핏 보긴 했어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할까. 외국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시시콜콜한 입담을 과시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저자인 사유리를 전혀 몰랐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유리. 일본인인 그녀는 미국 여행에서 한국 친구를 만났고 친구를 따라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게 되면서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명이 자살하면 그 주위에 있던 5명이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고(17쪽)
주변에서 자살한 사람이 없기에 실감은 나지 않지만 매사가 그렇지 않나. 좋은 일도 주변에 전염 되지만 나쁜 일은 더욱 빠르게 전염되니까. 더구나 우울증과 자살은 ‘베르베르 효과’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자살의 파급력은 더욱 클 것이다.
마이너스의 사슬을 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플러스의 사슬을 이르려면 사랑이 필요하다.
자신의 인연을 아끼는 사람들은
대개 용기와 사랑을 가지고 있다. (24쪽)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읽었다. 마이너스의 사슬엔 결단력이 필요한 법이다. 나쁘고 치명적인 마이너스라면 단호하게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약한 마이너스 사슬은 나에게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되기도 할 텐데……. 플러스의 인연을 이어가려면 사랑과 관심, 배려가 필요한 법이다. 개인적으론 사랑보단 관심과 배려가 더욱 플러스의 인연을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비밀번호는 심플하다. 그의 정신세계에 자유가 있는지, 딱 이것만 본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괜찮고, 키가 나보다 작아도 괜찮다. 어떤 사회적인 상황에서도 편견과 차별로 묶이지 않는 정신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면......(28쪽)
자유로운 정신, 딱 이것만 본다니, 그녀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인가 보다. 헌데 자유롭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자유롭다는 것의 기준은 그 경계가 애매모호 하지만 자유로운 정신을 좋아하는 그녀가 조금은 멋있어 보인다.
정의라는 이름을 앞세워
무엇을 하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정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80쪽)
진정 정의롭다면 생각이나 행동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스런 발상이다. 그런 생각이나 행동은 분명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흔히들 종교나 민족주의 등에서 정의라는 이름으로 과격행동을 한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에 누가 공감을 할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의 감상평이 흥미롭다. 유대인인 저자는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를 펼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강제 수용소에 인간을 가둬 두고 모든 것을 빼앗을 수는 있겠지만, 단 한 가지, 인간이 가진 정신의 자유만큼은 빼앗을 수 없다. (83쪽)
맞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외국인으로 살면서 느낀 것은 인종차별은 나라와 민족 간의 문제도 아니고 교육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86쪽)
오늘이 마침 삼일절이기에 많은 생각이 오가게 하는 대목이다.
인종차별이든 민족차별이든 세상 어디에나 있겠지만 없어져야 할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분명코 부당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도 우린 독일에 대해 호의를 가지는 빅터 플랭클처럼 너그러운 갖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독일은 정치가들부터 계속적인 사죄를 하고 있지 않나.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지만 잘못도 잘못 나름이다. 옆집에서 총칼을 들고 내 집에 들어와서 휘젓고 유린하고 훔쳐 갔는데.... 게다가 옆집은 진정한 사죄도 없는데.... 오히려 자기 것 내놔라는데......일본의 마음 속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죄는 커녕, 역사 왜곡과 독도 지배권에 대한 욕심을 가진 일본을 그냥 두고복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하지 않을까. 역시 일본인들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직접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랐다. 내가 알고 있는 일제의 만행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마침 삼일절을 맞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행한 다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사죄의 마음이 없는 일본인들에게 엎드려 절 받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 다시는 그렇게 당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징비를 하는 것, 역사적 슬픔을 당한 이들을 우리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방송인 사유리의 일상을 담은 솔직한 에세이다. 방송인 사유리를 잘 몰랐는데, 책을 통해 그녀의 소탈함과 자유로움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할까. 마침 삼일절이기에 유쾌하게 읽진 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