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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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누가, 왜 거짓을 말하는가에 대한 사회심리적·법적인 분석...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게다가 SNS발달로 속도까지 있기에 거짓말은 빠르게 전파된다. LTE급으로 전 세계 확산되는 음모도 가능해졌다. 그런 음해성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음모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것도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국가나 국가 기관에 대한 것이라면 말이다.

 

만약에 권위 있는 이들이 음해성 거짓말을 퍼뜨린다면, 악성 댓글이 공고화 된다면, 공작성의 찌라시가 증권가를 휩쓴다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캐스 R. 선스타인은 심플러넛지의 저자다. 미국 헌법학계나 법률학 분야에서 독자적인 업적을 남겼고 하버드 로스쿨의 로버트 웜슬리 대학 교수이자 공공 정책과 행동경제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3년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37%가 기후 변화가 거짓말이라고 믿으며, 21%는 미국 정부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감추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이제 음모론은 인터넷의 위력에 힘입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급기야는 초보자를 위한 음모론과 비밀 결사와 같은 매뉴얼까지 나오는 판이다. (22)

 

대표적인 음모론을 보자.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은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주도한 일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의사들이 고의적으로 제조한 것이다.

기후변화 이론은 조작된 사기극이다.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은 1968년 연방 정부 요원에게 살해당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연출된 것일 뿐 실제로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대통령의 암살과 아시아 금융 위기는 로스차일드 가와 다른 유대계 은행가들이 모의한 일이다.

대공황은 부자들이 종업원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꾸민 음모의 결과다. (24~25)

 

책에서는 9·11테러에 때한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저자는 음모론을 생산하는 사회적, 심리적 매커니즘을 소개한다.

 

거짓으로 꾸며낸 소문의 진상들은 특징이 있다.

주로 정부나 기관, 유명인을 향한 거짓 소문 퍼뜨리기다. 이슈가 될 만한 소재에 상당히 그럴싸한 음모론이 제기되면 누구나 속기 십상이다. 폐쇄적인 사회의 음모론 중에는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감추려는 정부와 들추려는 집단의 싸움에서 음모론은 활개를 치게 된다.

 

철학자 칼 포퍼는 음모론이 정치적·사회적 행위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광범위한 결과는 무시하고 모든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어야 한다고 가정한다는 유명한 주장을 내놓았다. (28)

 

불신풍조가 만연하는 세태도 음모론을 조장한다. 때로는 정보기관의 말보다 찌라시에 솔깃해지는 세상이다. 전문기관보다 비전문 기관의 정보가 더욱 신뢰가 가기도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음모론인 경우, 음모가 아니라 사실로 판명나는 경우도 있기에 더욱 이런 음모론을 야기한다.

 

저자는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에는 피해망상이나 나르시시즘 같은 정신 질환의 측면도 있고, 하나의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다른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또한 서로 모순인 두 개의 음모론을 동시에 믿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음모론은 분노와 원망의 배출구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앞뒤가 맞지가 않고, 때론 논리적이거나 엄청난 설득력까지 겸한다. 기존의 성향과 뿌리 깊은 신념이 음모론을 더욱 부채질하기에 굳은 신념을 가진 이들마저 빨려 들게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정치에 냉소적이고 자긍심이 낮으며 권위에 반항적인 사람들이 음모론적 사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 경우 인과관계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되면서 점점 더 정치에 관여하지 않게 되는 식으로 말이다. (36)

 

음모론 중에서 아는 것이 적은 편이거나 그마저도 틀린 경우가 많은 경우를 러셀 하딘 교수는 절름발이 인식상태라고 규정한다.

음모의 폭포효과라니…….정보 평판, 가용성, 감정의 폭포효과를 보니 음모의 전파력과 파괴력이 대단해 보인다.

 

저자는 음모론에 휩쓸린 주제들을 흥미있게 다룬다.

동물의 권리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결혼할 권리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미국은 기후변화와 취약 국가에 보상해야 하는가. 종교 집단의 성차별은 정당확될 수 있는가. 신진보주의가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가. ......

 

대개의 음모는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그리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설마가

사람을 잡기도 하지만, 그런가? 했다가 그렇군! 으로 바뀌는 게 음모론의 파괴력이기도 하다. 개인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사건의 진실을 조사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대중들은 음모론에 흔들릴 수 밖에.

 

소문이 무성한 세상이다. 낭설도 있고, 음모론도 있을 것이다. 걸러지지 않는 인터넷 기사들, 블로그 글들이 걸려지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음모론은 더욱 확산된다. 흥밋거리일수록 소문을 발없는 말이 되어 달린다. 거대한 사건일수록 음모론은 제기될 것이다. 정보와 지식이 난무하는 세상인데다 속도까지 빠른 세상이기에 만약 음모가 있다면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질 수가 있는 세상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보의 발표나 정치인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과장 광고는 더 더욱 신뢰하지 못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음모론이 힘을 얻기도 한다. 일부 음모론은 사실로 밝혀지기도 하기에 더욱 정부와 정치가, 언론인에 대한 불신이 이런 음모론을 부추길 것이다. 음모론이 확산되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이다.

 

서로가 믿고 신뢰할 수 있으려면 음모론도 없어야 되지만 정부와 정치인, 언론인들의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유언비어와 무성한 추측성 보도, 음모론의 양산과 확대는 바라지 않는다. 좀 더 진실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것은 미국의 상황이기에 한국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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