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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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택리지/강제윤]우리나라 섬의 지리와 풍속, 유물을 찾아서…….

 

이중환의 택리지가 생각나는 제목이다. 택리지는 조선 영조 때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종합 지리서다. 전국 8도의 지형, 풍속, 교통, 인물 등을 조사한 방대한 지리서다.

섬택리지에도 우리나라의 섬에 있는 유적 유물, 무형문화재, 지리, 풍속, 섬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섬의 유물과 풍속, 역사를 10년 동안 섬을 순례했다는 강제윤이다.

  

배가 엎어진 모양의 박지도는 어업이 아니라 농업이 주업이다. 배가 엎어진 섬은 배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섬과 섬을 연결한 돌무더기가 독살이 아니라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 400년 전에 돌담처럼 쌓았던 둑이라고 한다. 20년 전부터는 바닷물이 들어와 둑이 무너지면서 남은 잔해라고 한다.

 

바다를 가로지른 박지도와 반월도 사이의 다리인 중노두가 인상적이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교라서 작고 앙증맞다. 하지만 중노두에 얽힌 사연은 슬프다. 박지도의 암자에 있던 비구와 반월도 암자에 있던 비구니가 서로를 연모하다가 돌을 바다에 부으며 길을 만들었고, 두 사람은 중년이 되어 돌길 중간에서 만났지만 곧 바닷물에 휩쓸려 버렸다고 한다. 중노두는 그 돌길 위에 놓인 인도교다. 한국판 우공이산이지만 슬픈 민담이다.

 

한국 최서남단인 섬인 가거도는 목포에서 136km나 떨어져 있고, 오키나와 355km, 중국의 상하이에서 435km 떨어져 있다. 서울과 상하이가 거의 같은 거리라니, 그래서 가거도에 가면 멀리서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가거도는 일제에 의해 소흑산도라 불렸지만 해방이후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고장리 사월포의 파시, 우이선창, 도초고의 고란리, 징신도와 신의도의 백제시대 고분들, 흑산도의 삼국시대 국제 해양도시 흔적들, 천 년이 넘은 당집(신전), 수백 년된 우물, 물고기를 불러 모은다는 魚付林, 증도의 상월포엔 파시의 흔적을 담은 간독들, 섬 생활을 고수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섬 사람들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섬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낯설다. 자연 재해와 액운을 막는 돌담이나 나무숲인 우실, 돌 그물인 독살, 외양간인 소막 등…….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에 섬이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섬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또한 그 섬에 얽힌 이야기나 섬의 유물, 해양문화 유적들이 이리도 많은 줄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섬의 지리와 풍속, 유물을 찾아서 떠난 저자의 10년의 결과물을 보니 나도 섬 탐사를 떠나고 싶다. 이전엔 유명한 몇 개의 섬만 알았는데, 크고 작은 많은 섬에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을 고수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예스럽고 정겹다. 올레길, 해파랑길, 둘레길처럼 앞으로는 섬 투어나 섬 트래킹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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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qlcsk 2018-04-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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