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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무지개
최인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강철무지개]90년 후 미래한국의 풍경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
이 책은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최인석의 12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미 중견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저자이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

소설은 2105년 미래의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앞으로 90년 후 근미래사회의 한국이다. 비무장지대를 오갈 수 있고 북한을 지나 중국과의 국경을 넘나든다는 설정이 통일보다는 분단의 고착화를 보여주고 사회는 더 정교하게 기계화되고 시스템화된 모습이다. 효율화라는 가치 속에 인간성은 더욱 소멸되고 기계성이 사회를 장악한 모습이다. 국가 기능은 축소되고 사기업이 득세하면서 더욱 탐욕스러워진 세상에서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라는 단어조차 무색해진 세계다.
선택된 자들만 살아가는 SS울트라 에너지돔은 의식주, 교육, 직업, 의료, 세금도 모두 무상인 환상적인 집합거주지구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지역이기에 사람들은 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어디에도 갈만한 곳, 숨을 만한 곳은 없을 정도로 모든 기록이 코드화 되어 있다.
건조하고 기계적인 세계인 SS 울트라마켓 계산원인 지니(차지연)는 서울클라우드 익스프레스의 비정규직인 재선과 사랑을 하게 되면서 폐허가 된 서해안을 찾는다.
거대 기업인 SS 울트라마켓은 계산에 오류가 생기면 교정되기까지 판매장의 모든 직원이 퇴근을 못하는 시스템인데다 책임자가 차액을 물거나 작업카드를 빼앗기고 해고당하는 곳이다. 계산대의 지연은 늘 기계적인 말만 반복하는 기계 인간 같은 자신의 모습, 높은 물가에 비해 턱 없이 낮은 보수로 일하는 것에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일인용의 무비베드에서 규칙적으로 잠을 청해야하는 SS울트라돔은 점점 신물이 나고 남자와의 연애도 늘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다. 마치 감정의 뇌가 제거된 인간 같다.
한편 재선은 서울클라우드 익스프레스의 비정규직이다. 그의 한 달짜리 직업카드는 늘 고용불안을 가져온다. 일회용의 폐기용 노동자로서의 삶이 끝나고 나서 카드를 불법 사용하게 되면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직원을 소모적인 부품으로 대하는 기업 시스템이다. 모든 시스템이 너무나 잘 짜여 있기에 쉽게 대항하지 못하는 기업 위주의 사회에서 사랑과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서해안의 폐허는 중국 핵폐기물을 실은 중국 화물선 인줘호의 공해상에서의 침몰로 서해가 죽음의 바다가 됐기 때문이다. 출입금지가 된 서해안은 유령의 땅이 되고, 둘 만의 사랑을 위해 탈출해온 곳이지만 결국엔 붙잡히게 되고…….
회장인 한창수의 수술을 위해 날아간 멕시코시티에선 미모의 여간호사인 아이리스가 실종된다. 그녀가 실종된 지 몇 년이 지나자 아이리스의 애인이라는 제임스가 나타나 그녀를 찾게 되고 결국 아이리스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나타나는데…….
무당의 딸 영희는 꼬임에 넘어가 노숙자 신세에서 마릴린이라는 가명으로 매춘을 하게 된다. 이후 탈출에 성공하면서 다시 노숙자가 되고,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찾아간 밥차를 통해 기독 단체에 들어가면서 나오미로 개명을 한다.
북한의 중강진까지 배달한 뒤 작업 지시를 받고 베이징으로 가는 모습에서 동북아에서 휴전선이 무너지고 국경선이 개방되는 긍정의 모습은 있다. 하지만 민영화로 인한 거대 기업의 출현은 개발과 소비, 에너지돔과 에너지돔과의 세계적인 네트워크화, 국가조차 네트워크 속으로 합류하거나 거대기업이 국가를 사버리는 형국을 보며 기업인의 탐욕을 꼬집고 있다.

공익이 없는 기업의 문제, 일회용의 폐기용 노동자이자 소모적인 일꾼으로 밥벌이에 나서야하는 비정규직의 세분화, 모든 인간과 사물의 코드화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 체제, 초거대기업의 횡포와 직업카드가 없으면 테러리스트로 지정되는 폐쇄적인 사회의 모습에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자유의지를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자 사회시스템을 거부하고 탈출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90년 후 미래한국의 풍경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대부분의 미래소설처럼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한 줄기 희망을 찾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