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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 ㅣ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
마리나 볼만멘델스존 지음, 장혜경 옮김 / 터치아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파리를 빚어낸 20인의 위인들…
어느 도시든 그 도시를 살았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문학과 철학으로 정신을 살찌우던 이, 음악과 미술로 예술혼을 불어넣던 이, 정복과 파괴로 얼룩진 상처를 남긴 이 등 선인들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인 도시이기에.
파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화와 예술, 패션과 미식가, 문학과 사상, 왕과 영웅들의 도시인 파리에는 더욱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
이 책에는 파리지엥의 입에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절대 전설이 아닌 실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의 파리를 만든 이들의 연애 사건, 정복 이야기, 시인과 화가, 배우와 가수, 패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삶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파리 곳곳이 역사적인 곳임을 알게 된다.
요즘 뮤지컬로 유명한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가 가장 끌린다.
1770년, 헝가리·뵈멘·토스카나의 공주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대공녀 마리아 안토니아는 14살의 나이로 15세인 프랑스 왕태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베르사이유에서 살게 된다. 프랑스와 오스트이라의 동맹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결혼이었지만 마리의 어머니인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딸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천사 같은 왕비가 되길 빌었다. 하지만 마리 앙투와네트의 사치와 향락은 극에 치달았고 생활이 어려워진 파리 시민들은 분노 하기에 이른다.
화려한 옷, 헤어 디자인, 보석 등 사치를 일삼던 그녀는 로코코 양식을 꽃 피울 정도였지만 1789년 물가 폭등 등 살기 어려워진 시민들이 시민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1793년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루이 16세의 공개 처형이 열렸고 9개월 뒤 마리 앙투와네트 마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 반역과 방탕’이라는 죄명으로 그녀의 사치와 향락의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지금 그녀는 생드니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고, 파리 시립 박물관인 카르나발레 박물관엔 루이 16세 부부와 그 자식들의 머리카락, 이들이 남긴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베르사유 궁전엔 루이16세에게서 받은 선물 작은 성인 프티 트리아농과 마리 앙투와네트의 방이 보존되어 있다.
그녀의 화려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며 인생무상을 느끼게 된다. 국민의 생활을 외면한 권력자의 초라한 결말을 보니 땅콩 리턴 사건이 저절로 떠오른다. 대대로 물려받은 부귀와 영화를 보존하려면 국민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사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왕비의 갑질에 국민들이 일어나듯, 재벌들의 갑질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비극적인 사랑,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에 나란히 안장될 정도로 열렬했던 사랑, 신학자 아벨라르가 열강 하던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드니 대성당, 두 사람이 나란히 묻힌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의 자취엔 중세 최대의 연애 사건을 일으킨 신학자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여정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19년의 망명 생활, 7월혁명과 『파리의 노트르담 』, 『레 미제라블』, 죽어서야 명예의 전당에 안치된 이야기가 있다. 빅토르 위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노트르담 거리, 빅토르 위고의 집, 팡테옹이 있다.
이외에도 평화를 사랑했던 선량왕 앙리 4세와 도핀 광장, 보주광장, 최고의 권력을 움켜쥐었던 태양왕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루브르 박물관 카페 마를리, 튈르리 정원, 프랑스 계몽주의자 볼테르와 팡테옹, 르 프로코프, 코메디 프랑세즈, 식민지의 아들로 태어나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과 개선문, 앵발리드, 루브르 박물관, 소설가 발자크, 정원으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 모네 등 왕과 시인, 철학자와 소설가, 화가, 요리사와 패션 디자이너, 샹송 가수와 배우 등 모두 파리를 빚어낸 20인의 위인들의 이야기와 장소에 대한 설명들이 있다. .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파리를 빚어낸 위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궁전, 그런 흔적이 묻어난 박물관, 이들의 삶의 흔적들이 묻어난 거리, 건물들을 따라가보는 재미있는 파리여행을 한 기분이다. 역사 속에 묻힌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파리의 거리와 건물에 숨어서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파리 이야기이기에 더욱 신난 파리여행이다.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그날의 피비린내가 날 것 같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모네의 붓질을 만날 것 같은 그런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시공간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