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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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 간다]아흔 둘에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1254일간의 간병일지

 

언젠가는 맞이 할 죽음이지만 그때를 모르기에 평소엔 죽음이 멀게만 느껴진다. 누구나 죽기 마련이지만 가까이에 있는 이의 죽음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부모님이 건재하시기에 차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못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세상이지만 죽음에 대한 상상은 불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의 감정이 어떨지 상상도 못하지만,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아마도 슬프고 죄송하고 가슴 아플 것이다. 영원불멸의 삶이 아닌 줄 알면서도 부모의 죽음은 끔찍한 고통을 선물할 것 같다.

 

 

이 책은 나이든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며 느꼈던 3년 반 동안의 아들의 병상일지다. 여든 여덟에 병과 싸우다가 아흔 둘에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간병하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통찰이다. 길지만 짧은 1254일간의 부자의 이별기록이다.

 

삶과 죽음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지만 탄생과 죽음 앞에서는 더욱 무기력한 존재임을 자각한다. 여든 여덟의 저자의 아버지는 조금은 지겨운 삶 속에서 죽기가 힘들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런 고열을 앓게 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점점 쇠약해져 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병원에 있는 동안 뇌 기능이 일시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섬망 증세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하고, 병원보다는 집으로 가고 싶어 애원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의사를 설득해서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더욱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것이기에.

 

아버지의 소원대로 집으로 오지만, 걸어서 병원으로 간 노인은 휠체어를 탄 노인이 되어버렸을 때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 점점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심정이 전해져 안타깝고 묵직해져 온다.

 

거둥이 어려운 아버지를 수발할 간병인도 두고, 이후 장기요양보험 급여 대상자임을 알게 되고, 돌아가시기까지 모두 여덟 명의 간병인과 함께 한 이야기, 요양보호사의 존재감, 존엄사에 대한 생각, 아버지와의 맞춤 양복에 대한 추억, 생명 연장을 위한 잔인한 검사들에 대한 소고들......

 

책을 읽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부모에 대해서 자식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노인 건강의 통합적인 관리의 필요성, 존엄사 문제, 화장 후 유골함을 보관하는 문제 등 죽음과 관련된 단상들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함에 공감하게 된다.

늙고 병들면 세상과의 이별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살 만큼 산 사람도 죽음을 온전히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누군들 자신의 질병과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여든 여덟의 노쇠한 아버지를 병환으로 보살피면서 가졌을 아들의 안타까움, 자꾸만 약해지고 자꾸만 작아져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일이 나에겐 그저 먼 미래의 일 같아서다.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을 산다. 탄생이 선택이 아니듯 죽음도 취사선택할 수 없다. 아버지가 남긴 사물들을 정리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마음 깊이 애도를 보낸다.

 

 

 

 

모든 사물은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인간도 동물도 모태에서 나와 무덤으로 가는 과정을 겪는다. 심지어 우주의 태양과 별까지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다. 무덤은 도시와 멀고 죽음도 일상과 멀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책을 읽다보니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나의 부모님도 운명적인 모래시계의 마지막 한 알이 내려올 때까지 천수를 누리다 가길 빌게 된다. 소멸해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니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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