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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항을 읽다 - 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월
평점 :
[인문학, 공항을 읽다]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공항은 사람들의 정체를 수상히 여기거나 신분을 확인하는 장소이고, 남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장소이고, 사생활이 먼저냐 국가 안보가 우선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는 현장이며, 애국심과 기동성의 특권을 조장하는 종합 공장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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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읽는 인문학이라니! 생소하지만 호기심도 일으키는 제목이다. 공항에 있는 모든 장소, 시간, 승객마저도 텍스트가 되는 인문학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떠나려는 자, 돌아오는 자와 관련된 모든 시공과 소모품들도 가벼운 분위기로 읽을 거리임을 말해 준다. 저자는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교의 현대문학 및 비평이론 교수인 크리스토퍼 샤버그다.
책에서는 공항에 있는 서점 읽기로 시작한다.
공항에 있는 서점에는 일반 서적뿐만 아니라 잡지, 신문, 기타 소모품들을 판다. 공항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이기에 서점의 책들은 텍스트 내의 텍스트인 셈이다. 저자는 마르크 오제의 『비장소:초현대성의 인류학 서론』을 끄집어낸다. 출장이 잦은 주인공 뒤퐁이 샤를르 드골 공항을 이용하는 장면, 공항 서점을 이용하는 장면을 제시하며 공항 읽기의 분위기를 맛보여 준다. 이어서 월터 컨의 소설 『업 인 디 에어』에서는 비행 전 승무원들의 지침서인 텍스트를 끄집어낸다. 로리 무어의 『계단의 문』의 앞부분을 보여주면서 공항을 설화적 씨앗을 심는 장소로 사용하는 소설임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이리딩 기술, 공항 서점의 이윤, 철저한 신분확인, 시간 때우기, 공항에 관련된 문학이나 영화 활용, 공항 내 설치미술이나 스팟 광고, 일상에서는 참지 않지만 공항에서는 기꺼이 감내하는 것들까지 활용한다. 자동차 번호판 로고에서도 항공문화를 읽고 있으니, 항공 문화의 모든 것을 텍스트로 읽었다는 말이다. 공항의 텍스트성에 대한 문화 비평적인 통찰, 공항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공항의 겉모습과 비밀스런 이야기, 믿을 수 없거나 당혹스런 사건까지 떠남과 출발의 공간인 공항에 대한 인문학자의 시선을 담았다.
때로는 문학을, 때로는 영화를, 때로는 경험담이나 취재 자료를 이용하며 공항 읽기를 유도한다. 다분히 공항에서 시작해서 공항으로 끝내는 여정이다.
공항은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한 나라나 한 지역의 경제적 가치, 문화를 의미를 지니는 아주 특별한 출입구다. 첨단과학이 있고 테러 위험도 있는 땅의 경계선이다. 그렇기에 어느 장소보다 안전을 확인하고 책임지고 통과시키는 장소다. 그런 공항을 텍스트처럼 읽는 책이라니, 사뭇 이색적이다. 공항에 대한 자세한 관찰, 공항 문화와 공항 문학에 대한 깊은 사색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어렵지만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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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생소하기에 호기심을 자아냈던 책이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얼룩진 공항의 이미지가 강한 시점에서 만난 책이기에 궁금증이 더해졌던 책이다. 문학과 영화, 인문학 책을 읽듯 공항이라는 책을 읽은 기분이다. 세상의 어느 장소든 그 장소에는 특별한 텍스트가 있다. 관찰력과 사색만 있으면 장소도 텍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