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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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치료되지 않는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피해자들, 소수자들 이야기~

 

제목을 보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소설인 줄 알았다.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유명한 영화 말이다. 하지만 미국 이민자의 삶을 담은 황숙진의 소설집이었다. 미국인 거지, 산타모니카의 기러기, 내가 달리기 시작한 이유, 모네타, 어느 장거리 여행자의 외로움, 죽음에 이르는 경기, 호세 산체스의 운수 좋은 날, 거칠어진 손, 오래된 기억 등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마이너리티( minority)란 육체적·문화적 특징 때문에 집단적 차별을 받는 소수집단을 말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슬픈 이야기다.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미국 뿐만 아니라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에서도 요즘 마이너리티의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세계 어디에서든 존재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약자들을 슬픔을 위로하는 책일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미국 이민자들의 자화상을 통해 그 소외감을 위로하는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나오는 <미국인 거지>가 가장 인상적이다. 2008년 재외동포 문학상 소설부문에서 입상작이기도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과 미국인의 치유되지 않는 후유증을 그리고 있기에 슬픈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한 때는 잘 나가던 가게의 사장님이었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에 무직이다. 변호사가 된 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월세방을 구하고 중고차를 마련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가 어렵게 얻은 직업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마트의 계산원이었다. 그곳에는 소련의 공산당 치하에 있을 때 대학 강사였던 몽고 여자 씨씨가 있고, 가게 앞에서 5년 째 구걸을 하고 있는 흑인 거지이자 마약중독자 잭이 있었다.

 

가게는 예전에 잭이 근무하던 우체국 자리였다. 잭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늘 가게 앞을 지킨다. 마치 예전의 부유한 우체국 직원이었던 시절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경비원처럼 가게 앞으로 출근한다.

잭은 베트남 전을 다녀온 미 해병대 출신이었다. 한때는 부유한 우체국 직원이었지만 잭은 미국 해병대로서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기에 늘 베트콩 소녀를 죽이는 악몽,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격전의 악몽으로 매일 밤 시달리게 된다. 그는 전쟁 트라우마로 마약을 하게 되면서 점점 정신착란 증상이 심해진다. 미국 거지의 절반 이상이 정쟁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이 된 사람들이라니, 그런 이유로 술과 마약을 손에 댄다는 이야기가 너무도 충격적이다.

 

주인공도 미국의 원조를 얻으러 베트남전에 참여했던 용사였다. 변호사가 된 딸을 위해 새로운 집을 구하지만 딸은 독립해 버린다. 이후 정신없이 살았던 자신의 40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놓아버리게 된다. 이후 베트남전에서의 악몽들이 되살아나면서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술로 마음을 다스리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이후로 아내마저 유방암으로 떠나고 만다.

가게 앞에서 갱단이 싸우던 어느 날, 잭은 총에 맞아 병원에 실려가고 이런 모습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마저 실성하면서 구급차에 실려 나간다.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는 순간, 잠재되었던 전쟁의 상처는 드러나는 걸까. 전쟁의 트라우마가 한 인간의 삶과 한 가정의 평화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을 보니 끔찍하다. 전쟁 중에도 살기 위해 몸부림쳤고 지금 역시 살기 위해 몸무림친다. 전쟁 같은 세상이기에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가 어려운 걸까. 마약중독자이거나 알코올 중독자인 미국 거지들, 삶 자체가 위험한 거라며 흑인 갱단 지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출근하는 마이너리티의 이야기, 전쟁의 후유증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전쟁이 없는 세상을 소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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