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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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역사적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작가의 視線

 

내 생의 첫 대하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 대학시절, 한 선배가 자기 친척이자 존경하는 작가라며 태백산맥을 권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문열의 변경등 대하소설을 읽었고 대하소설의 매력에 폭~ 빠져 버렸다. 대하소설을 읽는 동안은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독서에 빠지게 되면서 그때의 몰입감을 느끼고 싶어 대하소설을 들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독서 시간으로 인해 대하소설보단 자꾸만 장편이나 단편소설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조정래의 시선을 읽으면서 다시 대하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소설 읽는 묘미는 대하소설이 최고라고 생각하니까. 방대한 서사에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담았기에 읽다가 보면 주인공인 된 듯 말투와 행동이 바뀌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한국 역사를 그린 대하소설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의 저자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를 늘 접하고 싶었다. 역사소설을 주로 썼기에 소설가의 눈으로 보는 이 시대상, 미래상이 어떨지 궁금했다고 할까. 누구보다 역사적인 고민이 많은 작가이기에 그가 지금의 후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남기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 속의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그가 이 시대의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작가보다 시대적 문제점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작가의 방송출연이나 칼럼, 강연을 들은 적이 없기에 더욱 궁금해서 펼친 책이다.

 

한강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 바쳐 이룩해낸 경제발전이 언제부턴가 비정상적으로 비틀리면서 재벌 중심의 천민자본주의로 부익부빈익빈의 사회로 치달았고, 재벌들의 경제력은 사회 장악을 넘어 국가권력까지 농단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12)

 

우리 사회의 상처와 문제에 대한 깊은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베트남·쿠바·북한이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구조는 서서히 자본주의로 돌아서고 있기에 이제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도 견제 없는 독주를 하는 꼴이다. 그러니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천민자본주의,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자본주의, 재벌들의 갑질 등 위험스런 자본주의의 병폐들이 갈수록 고질화 되고 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대하소설을 쓰는 이유는 우리 역사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자각(23)때문이었다.

대하소설이 사라진 서양문학계를 운운하며 그런 시류에 동조하며 길게 쓸수록 손해라는 한국의 평론가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의 일화가 유쾌하고 통쾌하다. 어느 독일 평론가가 불어로 번역된 태백산맥, 아리랑등 긴 소설을 통해 유럽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느냐고 물었을 때,

 “유럽의 지난 200년 역사는 무엇인가. 전 세계를 향한 식민지 착취의 역사 아닌가. 당신들이 누리고 있는 오늘의 부가 약소국들에 대한 착취로 이루어졌음을 환기시키고 싶은 것이다.”(25)

통쾌한 작가의 답변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작가의 정신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작가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인식하는 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의 총체적인 것인 한 국경을 넘고, 인종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문제 많은 우리 현실에 좀 더 치열하고 철저하게 대결했으면 합니다. (26)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와 현재에 대한 치열한 조사와 관찰, 질문과 고민이 오늘의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작가정신임을 일깨운다.

 

책에서는 20년 전부터 중국을 관찰하며 조사한 후에 썼다는 정글만리의 뒷얘기, 서양을 추종하는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우려, 미국의 국가주의, 중국 공산당 관료들의 부정부패, 소설 구성의 문제의식, 중국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 한국과 중국의 상생의 길, 작품에 대한 이야기, 한국의 사회문제들에 대한 작가적 통찰을 담았다.

 

 

작가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다. 개인적으로도 작가들의 사회적 소명, 역사적 소명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시대의 나침반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가 조정래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이기에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정글만리.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먼지를 털어내고 이젠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대하소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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