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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영원히 사랑해/다니엘 글라타우어/밝은세상]사랑이 아닌 집착, 이럴 수가!
좋아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구애, 친절하지만 집요할 정도의 사랑,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는 계획적인 사랑, 더구나 삼십대 후반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집착 같은 사랑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소설은 그런 사랑과 집착의 경계를 묻는 심리 스릴러다.
37살의 유디트는 슈퍼마켓에서 바나나를 든 의문의 남자가 자신의 발뒤꿈치를 밟게 되면서 바나나맨을 알게 된다. 이후 바나나맨 한네스는 그녀의 조그만 조명가게나 친구들과 모이는 술집에도 불쑥불쑥 나타나서는 적극적인 사랑을 표시한다. 42세인 순수한 총각이라는 한네스는 집요할 정도로 뜻밖의 장소에 나타나서 유디트를 자주 놀라게 한다. 한네스의 충격요법 때문인지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유디트도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한네스의 절대 포기할 줄 모르는 열정, 뻔뻔하면서도 과감한 행동 등이 거슬리지만 그래도 그의 호의를 고맙게 생각하며 유디트는 그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게다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필연이 아니라 저의가 있다면, 관심이 아니라 스토커 같은 집착이라면 그런 사랑은 의심을 해봐야 하는 법이다.
한네스를 만날수록 유디트는 그와의 관계가 사랑인지 집착인지 점점 헷갈리게 된다. 한네스에게서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지기에 다가가기도 힘들다. 그렇게 유디트가 한네스와의 관계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즈음에 한네스를 유디트의 주변 사람들의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린다. 까다로운 남동생 부부,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 친구들마저 모두 자신에게 호의를 느끼도록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그러니 한네스의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와도 상담할 수 없게 된 유디트는 점점 신경 쇠약증세를 보이면서 급기야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한 남자로 인해 얻게 된 급성 정신분열증 이라니.
유디트는 점점 한네스의 과도한 친절엔 거부감이 들고,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랑엔 답답해진다. 게다가 환청까지 들리는 듯한 유니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모두들 한네스를 두둔할 뿐이다. 그래도 유디트는 사랑이 아니기에 한네스에게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한네스를 만날수록 사랑하고 있지 않음을 더욱 확신할 뿐이기에. 하지만 한네스는 노란 장미와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며 그녀를 옥죄어 온다. 심지어 한네스는 수수께끼 같은 자신의 선물을 보며 퀴즈를 풀라고 한다. 집에는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 곁에서 감시하는 느낌, 늘 뒤따라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디트는 이제 자신의 그림자 속에 갇힌 느낌도 들게 되고, 점점 그가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면서 다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어릴 적 먹고 설사를 했던 바나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유디트는 한네스에 대한 의혹을 풀게 된다. 바나나에 대한 그녀의 트라우마를 알고 바나나맨은 접근 한 것일까. 결국 그녀는 가게 직원인 열일곱 살 비앙카와 그녀의 남자 친구의 도움으로 한네스의 거짓말을 하나씩 알게 된다.
모두가 그 남자를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하고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친구와 부모님, 가족까지 자신보다 그 남자에게 더 신뢰를 보낸다니, 집요하고 부담스런 사랑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느꼈다면 누구나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이코 스릴러다. 정교한 구성에 속도감 있게 읽히는 심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