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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지음 / 청조사 / 2014년 10월
평점 :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명세]박중훈과 최진실 주연, 조정석과 신민아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던 소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사랑이어서일까요? 대개 사랑을 어려워하죠. 물론 경험이 쌓이면 쉬워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카사노바가 아닌 이상은 사랑에 대해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겠죠.
소설과 시,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 주제는 언제나 사랑입니다. 쉬울 듯 쉽지 않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 환희와 고통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극적인 반전들, 누구 하나 자신 있게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견고한 베일들이 사랑의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사람은 달콤하면서도 매운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엔 기쁨과 아픔이라는 극과 극이 동시에 혼재하기에 양날의 칼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쫄깃한 재미를 주죠.

예전에 박중훈과 최진실이 주연했던 영화, 최근엔 조정석과 신민아가 주연했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원작 소설을 만났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사랑과 결혼의 달라도 많이 다른 그 간극은 언제쯤 해결될까요?
소설에서는 반복되는 인연이 운명이 되고, 상상 속의 결혼이 냉정한 현실로 인해 꿈이 깨지지만 체념하듯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동갑내기인 영민과 미영은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 사이죠. 하지만 알고 봤더니 어릴 적 친구였어요. 소년 영민이 고무줄놀이를 하던 미영의 고무줄을 끊어 버린 과거가 있어요.
우연히 겹치면 인연이고 인연이 겹치는 숙명이라는데요. 영민은 미영과의 겹치는 인연으로 미영에게 관심이 있지만 늘 사랑고백을 망설이게 되죠. 그 사이에 미영은 다른 사람을 사귀게 되고요. 미영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 영민은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갑니다. 미영이 실연당했을 때는 그녀의 아픔을 위로해주기도 하죠. 참, 용기 없는 남자 친구죠.
미영의 무덤덤한 반응에 둘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영민이 군대를 제대한 후 작은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미영에게 청혼을 해서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의 연속입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신혼여행지에서 의견 차이로 다투기도 합니다. 미영과 영화 보러 가기로 열흘 전부터 약속을 하고선 느닷없는 집들이를 하겠다고 들이 닥치는 바람에 싸우기도 하죠.
미영은 영민의 친구인 매력적인 시인 최승희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영민은 전 직장 상사를 만나는 미영이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부인이라고 해서 어떻게 네 아내의 과거까지 소유할 수 있겠냐고. 결혼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랑이라고. (80쪽)
영민의 외박, 미영의 맹장염 사건, 소설로 신인문학상을 받는 영민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겠죠.
사노라면 싸울 일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말처럼 냉혹하기 그지없죠.
달콤한 상상을 무너뜨리는 결혼의 복잡하고 미묘한 밀당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네요. 이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본성이 하나둘씩 나오는 것을 보면 연애와 결혼 사이가 무슨 양파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티격태격하는 사랑싸움 끝에 언제나 화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 과정을 겪어내는 성장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소설이네요.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9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