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 - 한뼘자전소설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지음 / 나무와숲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26인의 인생을 담은 한뼘자전소설, 누군가는 나와 접점이....

 

한뼘자전소설 쓰기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며, 욕망이 주인인 삶을 구체화시키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한뼘자전소설 쓰기를 김현 선생님의 문학 유용론에 얹어 본다. 한뼘자전소설 쓰기는 아픈 이들을 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픈 이들에게 우리의 상처를 보여줌으로써 동질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있다.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이 작업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한국미니픽션작가회 (6~7)

 

한뼘자전소설은 A4용지 1~3 장 정도의 분량이기에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미련을 노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깜찍한 자전소설입니다.

책 한 권에 스물여섯 명의 작가들의 한뼘자전소설을 모두 담았다니, 내용면에서는 참으로 대단한 분량입니다. 모두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들이라는데요. 모두 등단해서 작품을 출간했던 작가들이군요.

  

첫 번째로 만나는 소설은 구자명 작가의 3편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세계 각지의 활화산을 찾아다니는 지구과학자가 된 백인 친구와 나이지리아에서 유학 온 부족장 아들과의 썸 타던 시절 이야기에선 학창 시절을 회상하게 됩니다.

 

꿈 많던 한 친구의 꿈이 작고 조촐하고 기능적인 전원주택 한 채를 갖고 싶은 것이었으나, 현실은 월세, 전세, 전전세, 적산가옥의 삶이었다는 이야기이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세상살이의 녹록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토굴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싶어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지금도 그녀의 꿈은 진행형이겠죠. 작고 조촐하고 기능적인 전원주택 한 채.

 

몸상태가 안 좋은 명자의 가족 병력 이야기가 갑자기 우주 행성의 소용돌이로 비약하는 이야기에선 고통을 아는 자만의 상상력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와 두 오빠가 겪은 폐결핵으로 시작해서 자신에게 찾아온 3차신경통, 갑상선암 수술, 편두통, 견비통, 좌골신경통, 다발성 근염 등 겪는 이야기가 상상이 안 갈 정도입니다. 혼자서 감당해야 할 병이 이리도 많다니요. 그러다 자신의 아픔을 태양과 각종 행성들의 소용돌이치는 볼텍스 운동과 비유하는 대목에선 고통에 달관한 자의 통찰을 만나게 됩니다.

 

3차신경통에 주는 전기고문적인 느낌이 아니라 꺼져 있던 전구에 불이 환하게 밝혀지는 느낌이었다. , 내가 어디론가 소용돌이치며 나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평면도가 아닌 입체도로 조망하면 그렇겠구나. (25)

 

우주 공간 속의 행성의 움직임을 보며 생명의 소용돌이 현상을 생각하는 명자는 순간 머리에 전기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 번득이는 깨달음은 마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경지 같군요.

 

책 속에서 26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나와 접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눈여겨 읽게 됩니다. 공감 가는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한 참을 머물다 가게 되고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읽노라면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꼭 같은 삶은 존재하지 않겠죠. 평행이론이 있다지만 시공이 다르기에 약간씩 다른 삶이겠죠. 26인의 인생을 담은 한뼘자전소설, 누군가와 접점이 있을지 찾는 재미까지 주는 앙증맞은 소설집이군요. 저도 A4용지 한 장으로 한뼘자전소설을 써 봐야겠어요.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