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밥
최용훈 지음 / 페르소나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생각의 밥/최용훈/페르소나]생각거리를 통해 사유하라. 생각의 힘은 상상을 현실로 이끈다.

 

제목을 보면서 먼저 떠오른 것은 로댕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낭떠러지 같은 거친 바위에 앉은 근육질의 한 남자가 오른손을 턱에 괸 채 왼쪽 무릎 위에 팔을 올려놓은 청동 조각상이다. 고개를 숙인 남자의 시선은 아래를 향한다. 땅을 보며 턱을 괴는 모습은 사색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꿈틀거리는 근육질에서 청동 남자의 생각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는 걸까.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는 걸까? 어쩌면 반가사유상의 주인공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백팔 번뇌를 홀로 사유하는 걸까.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사람,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인간은 하루라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 매일의 생각거리들은 인간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으니까. 마치 로댕의 청동 인간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말이다.

 

생각의 밥은 생각거리다. 생각의 재료들이다. 상상의 세계는 무한대다. 시간도 공간도 제약이 없다. 생각의 힘은 현실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상상에서 현실로 만들기에 생각은 미래를 체험하게도 한다. 삶의 깊이를 더하는 생각은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 준다. 하지만 오만하거나 잘못된 망상은 자기합리화와 경솔, 오류를 부른다.

 

생각에는 인문학적 상상도 있다.

 

과거의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문학과 상상의 깊이를 더하는 철학을 통해 절제되고, 훈련되고, 고양된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19쪽)

 

저자가 말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문사철, 즉 문학과 역사, 철학적 사색을 통해 생각하고 깨닫는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통제불능의 상상의 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에 늘 적절한 통제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한대의 상상이기에 좋은 방향, 나쁜 방향이든 어디로 튈 수가 있으니까.

인간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상상만으로도 구체적으로 현실화 할 수 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경우처럼 모든 발명과 연구의 출발점은 상상이었다. 그런 상상의 결과, 공항 과학과 가상의 세계에서 존재하던 것들이 지금은 사물이 되어 탄생하고 있다.

 

문학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저자의 이야기가 가장 와 닿는다.

 

순수문학의 원리 중 하나는 ‘있음직함’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소재가 되어야 한다.(21쪽) 문학은 진실의 ‘한 조각’만을 전달한다. (22쪽)

 

뫼르소도 라스콜리니코프도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부조리문학도 실존주의 철학도 문학을 한 가지 범주로 묶지는 못한다. 문학작품 속 주인공은 자기 자신만의 역사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 보편화의 범주를 넘어, 시대의 정신을 넘어, 한 인간의 마음, 그리고 그 만의 삶을 보여준다. 문학이 뒤흔들어 놓은 상상력은 규범화된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6쪽)

 

 

인간의 삶은 같은 환경조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제 각각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주어지듯, 인간도 하나의 삶을 산다. 그런 인간의 삶을 그린 문학이기에 인간의 삶을 포괄적으로 인식될 수 없다. 우린 문학을 통해서 현실 속의 다채로운 삶을 간접경험하게 된다. 문학을 통해 세계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문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 사회에 대한 통찰, 삶에 대한 통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을 통한 깨달음은 언제나 즐거움을 주는 유쾌한 깨달음이다.

 

저자는 건강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준다.

점점 확장되고 있는 사이버에 대한 경종과 가능성을 담은 사이버 유토피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찾기 위한 고민인 직선적 사고와 다중화, 과거를 통해 보는 현재인 역사, 언어와 생각, 빛과 그림자의 두 이면을 지닌 에로스, 결혼, 행복, 자유, 게으름, 늙음, 여성성과 모성, 성, 죄와 벌, 증오, 배신, 자살, 정의, 기억과 망각, 가면, 우연과 필연, 현실과 허구, 향기 없는 향기 등 모두 36가지의 생각거리들이다.

생각의 힘, 다양한 생각 거리를 던지고 사유와 통찰의 과정들을 담고 있기에 유쾌한 만찬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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