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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의 침묵 -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의 미국
김송희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4년 12월
평점 :
[팍스 아메리카의 침묵/김송희]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에 드러난 문제들, 해법은?
세계의 패권은 그동안 팍스 로마나를 거쳐, 팍스 브리타니카, 팍스 아메리카로 이어져 왔다. 이제 세계는 팍스 시니카가 언제쯤 이뤄질지 주시하고 있다. 팍스(pax)란 국제 정치에서 중심 국가에의 지배로 주변국에 평화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말하자면 군사적 개입이나 경제적 통제를 바탕으로 중심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체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패권국가의 지위를 영위해 왔다. 앞으로 10~20년 후엔 중국의 위치가 G2에서 G1로 올라선다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이후엔 이런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팍스 시니카는 시간문제가 아닌가. 미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인식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정치, 외교, 인권 등 모든 문제는 경제 문제와 결부되어 있고 그 경제문제의 배후엔 화폐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환율전쟁을 보면서 미국이 팍스 시니카의 도래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입장이지만 미국은 많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채무국이 된 미국은 극소수 부자들인 국제금융세력들에 휘둘리고 있다. 그러니 세상은 화폐의 전쟁이요, 쩐의 전쟁이다. 문제는 화폐전쟁의 배경에 극소수의 개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월가와 미국 금융 시스템, 연방준비은행과 관련된 극소수의 부자들 말이다. 2012년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수퍼 정치행동위원회(수퍼팩)’ 은 금권선거를 허용했다. 미 정부조차 극소수의 국제금융세력과의 싸움이 버겁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아주 큰 다국적 은행들의 협의회가 소유한 민간법인이다. 주화를 제외하면, 정부는 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 합친 실물통화(주화와 달러 지폐)는 미국 통화량의 3% 미만을 차지한다. 나머지 97%는 컴퓨터 화면상의 입력 자료로만 존재하며, 정확히 말해서 이 돈 전부는 대출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은 회계 처리해 발행한 돈의 30%를 자신의 계좌에 넣어 놓고 자가 운용한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지금 거대한 도박 장치로 변했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미국이란 얼굴을 내세운 국제금융그룹이 금융 시스템을 이와 같이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금융재벌이 큰돈을 벌기 위해 계획하는 수단은 무엇일까? 경제 불황의 조작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먼저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작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도록 한다. (138~139쪽)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인 2011년, 월가에서는 시위가 일어났다. 빈부격차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는 시위는 점차 1% 소수 금융 권력에 대한 99%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이후 금융재벌의 문제점을 세계인들이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처럼 정부가 돈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발행하다니. 게다가 통화량을 조작하며 경제 불황과 재산 가치의 폭락을 주도하는 이들이 극소수의 금융부자들이라니. 그들이 안방에서 쥐락펴락하는 숫자놀음에 세계 경제가 휘둘리고 있다니,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일인가. 참담할 정도다, 저자의 말처럼 이들의 화폐발행권을 국민과 정부에게 귀속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세계 경제가 이들의 돈 놀음에 끌려 다닐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미국의 경제정책과 신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미국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I have a dream!
마틴 루터 킹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미국이 선조들의 개척 정신, 자유와 청교도 정신,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던 선조들의 정신대로 이어 정의를 지킬 수 있는 미국이 되길, 그런 팍스 아메리카가 되길 바라며 쓴 책이다. 미국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지켜나가길 원하고 있다. 미국을 모방하느라 같은 문제까지 겪고 있는 한국의 가계부채률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1700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1인당 GDP는 똑같았다고 한다. 300년이 흘러 세계화가 진행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1인당 GDP는 가장 가난한 나라의 GDP보다 140배나 크다고 한다. 빈곤 자체는 줄어들었으나 빈부격차는 늘어났다는 우려를 표하며 신자유주의의 욕망, 영국의 대처리즘의 문제,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의 실수, 월가의 욕망,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에 드러난 미국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도 찾고 있다. 동시에 미국인들의 선민적 우월주의, 오바마 대통령의 역할, 국제 금융세력에 달린 미국과 세계의 경제 등을 살펴보며 점점 화폐전쟁으로 변질되어가는 세계경제에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과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던 이슈는 타이완 문제와 티베트 인권문제였지만 이젠 북한의 핵, 북한 인권문제 등 한국의 남북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의 경제정책과 경제 이론들이 미국을 빼다 박았기에 문제점 역시 같이 겪고 있다며 실패한 미국정책을 모방하지 말고 중심을 잡고 경제정책을 펴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 화폐에 대한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지만 돈은 극히 일부의 소유다. 변화무쌍한 세상이지만 극소수부유층은 자신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부의 균등이나 공평한 세계화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극소수의 강자에 의해 휘둘리는 세상, 1%의 부자에 의해 쥐락펴락되는 세계에서 언제쯤 희망가를 울릴 수 있을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원한다면 모두가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