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동통신 봉수 - 우리 터 우리 혼, 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 주네
최진연 글.사진 / 강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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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동통신 봉수/최진연]30년 동안 국토를 누비며 찾아 낸 우리 봉수 이야기, 대단하다~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책이다. 우리 역사,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늘 설렘과 애잔함, 뭉클함 등 복잡한 감정을 선물받기에 우리 이야기라는 사실만으로도 끌리는 분야다. 『옛 이동통신 봉수』

 

봉수는 밤에는 불(봉烽)로, 낮에는 연기(수燧)로 국경과 해안을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위험 신호를 보내던 옛 긴급 신호체제였다. 날씨로 인해 봉수의 신호전달이 용이하지 않을 때는 봉수군을 통해 직접 달려가 알리기도 했다. 옛날 그리스의 마라톤처럼. 때로는 위험상황을 징과 꽹과리로 알리거나 깃발로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봉수는 삼국시대부터 원시적인 형태로 시작해 고려 시대에 체계가 잡혔고, 조선 세종 때에 크게 정비가 되었다. 고종 31년 갑오경장 때 철폐되기 시작하면서 이듬해인 1895년에 전국의 봉대와 봉수군마저 철폐되었다. 현재 한반도에 있는 봉수 터는 남한에 해안가, 섬, 산지 등에 500여 기의 봉수 터가 남아 있고, 북한에 650여 기의 봉수 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내 유일의 봉수전문가인 김주홍 박사는 전한다.

 

가장 유명한 곳이 서울 목멱산봉수가 아닐까.

함경도에서 출발한 제1노선의 봉화 도착지는 남산 동쪽 1봉인 현재 미군 통신탑 부근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제2노선의 봉화 도착지는 남산골 한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2봉이다. 평안도 내륙을 경유하는 제3노선의 봉화 도착지는 현재의 봉수가 있는 남산 팔각정이다. 평안도 해안을 경유하는 제4노선의 도착지는 남산 케이블카 종점 부근이다. 전라도 여수를 출발해 서해안을 타고 올라오는 제5노선의 도착지는 일제 강점기 조선 신궁이 있던 남산분수대 주변이다.

현재 남산 팔각정 아래의 봉수는 수원화성의 봉돈을 참고해 1993년에 세워진 곳이며, 매일 오전 한 시간 동안 전통 봉수의식이 재현되는 곳이다. 서울의 주요 관광 명소이기도 한 곳이다.

 

수원화성의 봉돈은 조선 22대 정조가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 세자를 기리기 위해 도읍지를 꿈꾸었던 수원화성 안에 있다. 수원화성의 봉돈은 봉수의 구조나 위치에서 특별하다. 산봉우리가 아니라 평지에 축조되어 있고 유사시에 군사들의 숙소와 무기고까지 있다고 한다. 성벽에 구멍을 내어 총을 쏠 수 있도록 했기에 봉수가 아니라 돈대라고 한다.

수원화성의 봉돈은 한국전쟁 당시 일부가 파괴된 것을 197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의 관방유적 정비사업 때 보수 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봉수 중 원형이 잘 보존된 유일한 봉수라고 한다.

 

지금 봉수는 유실되거나 잡목으로 인해 접근 불가능한 곳도 있고, 파괴되거나 방치된 곳, 고증도 없이 잘못 복원된 곳, 가까스로 흔적만 남은 곳, 봉수 내부의 민묘를 옮기고 전직 국회의원 부친의 묘를 이장한 곳, 봉수에 올라가 국태민안을 비는 행사를 매년 가지는 영덕군 대리마을의 봉수, 산불감시초소로 둔갑한 곳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120년 세월이 무심해서였을까. 봉수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저자인 최진연은 문화유적 전문 기자라고 한다. 그는 30년 동안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우리 조상이 남긴 유적들을 사진과 글로 담아왔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수원화성 사진 작업을 시작으로 성곽 등에 관심을 가졌고, 봉수, 옛 다리 등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대부분 처음 알게 된 이야기들이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산간 외지에 있었기에 관심 밖이었을까.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난 곳도 있고, 개인의 욕심으로 가족묘로 둔갑한 곳도 있고, 고증도 없이 사업가나 관계 기관에서 복원한 경우도 있다니, 무척 슬픈 일이다. 무심코 지났을 우리의 봉수, 때로는 돌무더기에 궁금증을 갖고 스쳤을 봉수들이 버려진 채 쇠락하고 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원형 복원은 차후로 하더라도 푯말이라도 세워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임을 알렸으면 좋겠다.

 

이젠 눈여겨 두었다가 산꼭대기에 오르게 되면 유심히 관찰하고 살펴봐야겠다. 각 지역별로 사진과 설명이 상세하게 되어 있으니, 여행 갈 때마다 미리 공부하고 가야겠다. 나에게로 온 정말 귀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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