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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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엄마

 

엄마아, 부르고 나니 다른 말은 다 잊었다 소리는 물론 글씨도 쓸 수가 없다 엄마아 가장 둥근 절대여, 엄마아만 남았다 내 엉덩이 파아란 몽고반으로 남았다 에밀레여, 제 슬픔 스스로 꼭지 물려 달래고 있는 범종의 유두(乳頭)로 남았다 소리의 유두가 보였다 배가 고팠다 엄마아 - 정진규 「엄마」전문 (28쪽)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한 마디면 모든 언어가 함축되는 것을.

달리 무슨 해석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외마디에 서로 통하고 있는 걸.

달리 무슨 대답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한 단어에 많은 의미가 농축되어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은 다른 말을 소리 낼 수도 쓸 수도 없어서 엄마아라고 외치며 시를 썼다고 한다.

정진규는 1960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마른 수수깡의 平和』『몸詩』『알詩』『도둑이 다녀가셨다』『本色』『껍질』『공기는 내 사랑』『사물들의 큰 언니』『무작정』등이 있다.

 

 

 

나무는

강풍에

땡볕에

저리

보이지 않게

그늘을

들고

있었구나 ― 함민복 「어머니」전문 (136쪽)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눈치 없는 자식들에게 더운 날 그늘이 되고 추운 날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어머니

어머니와의 차 시간은 휴식 시간, 어머니와의 한 끼 식사는 힐링 공간을 만들어 준다.

아,

언제쯤 어머니에게 그늘이 될 수 있을까, 바람막이가 될 수 있을까.

 

나무 그림자에서 쉬다가 나무 그늘이 주는 입체적 공간을 생각했고 그 그늘 속에서 어머니의 품을 생각했다는 시다.

 

함민복 시인은 1988년 『성선설』등을 『세계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울氏의 一日』『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애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고 한다.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 류근 「낱말 하나 사전」전문 (92쪽)

 

버려지는 어머니의 마음,

풀 수 없는 오해들,

이미 긁혀버린 생채기는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무슨 원망이 그리 많았던 걸까.

무슨 상처가 그리 컸던 걸까.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끝내 어떠한 믿음에도 대답을 듣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 어머니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로 살아 남겨져 있다는 시인이다. 무슨 상처를 주었기에 아물지 않았던 걸까. 세월이 더 필요한 깊은 내상일까.

 

1992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상처적 체질』『』산문집『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가 있다.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엄마를 주제로 담은 테마시집이다. 많은 시들을 접할 수 있어서, 많은 시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설렘을 선물한 시집이다.

새해엔 시와 소설을 많이 읽고 싶었기에 끌려서 읽은 시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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