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란 무엇인가]개인에서 분인으로, 다양한 면을 가진 나를 이해시키는 책...

 

 

가제본으로 만난 히라노 게이치로의 저서 <나란 무엇인가>

제목은 철학적이지만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부제인 ‘개인(個人)에서 분인(分人)으로’를 본 이후엔 심리학 서적인가 싶었다.

 

저자는 분인(分人)이란 개인보다 한 단계 작은 단위, 새로운 단위라고 한다. 저자는 개인의 영어 표현인 individual의 어원을 직역하며 ‘불가분’ 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의미에 대해 반기를 든다. 분인은 dividual로 ‘나눌 수 있는’의 의미다. 여러 모습의 나를 여러 분인이라는 개념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책은 분인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고 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실제로 인간은 천의 얼굴, 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반응하는 내가 다르다. 그렇게 모든 인간관계에서 한 개인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결 같지가 않다. 회사에서의 모습, 가정에서의 모습, 친구나 연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물론 타자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억지로 강요당한 ‘가짜 나’로 산다는 것은 아니다.(8쪽)

한 명의 인간은 여러 분인들의 네트워크이며, 거기에 ‘진정한 나‘라는 중심 같은 것은 없다. (9쪽)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타인의 낯빛을 살피며 ‘진정한 나’와 ‘표면적인 나’를 구분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살아간다. 이게 필연이라면 나뉠 수 없는 개인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다양한 분인으로 인간을 재조명해야 한다. 저자는 ‘진정한 나’란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진 것을 인정하는 ‘분인’의 종합 세트임을 강조한다.

 

만약 캐릭터나 가면이 표면적인 나, 거짓된 나라면,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는 존재하지도 않기에 대인관계마다 드러나는 여러 얼굴이 모두 ‘진정한 나’임을 강조한다. 인과의 분인, 부모와의 분인, 직장에서의 분인 등 각기 다르게 관계 맺는다. 그 사람의 개성이나 됨됨이도 ‘여러 분인의 구성 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참다운 자아’는 단 하나가 아니다. 상대에 따라 몇 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개념이다.

 

분인의 조건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그런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패턴 같은 것이다. 사회적인 분인과 그룹용 분인, 특정 상대용 분인, 다종다양한 분인의 집합체, 중심이 되는 분인, 기분 좋은 분인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인 분인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범용성이 높은 분인이며 일상생활의 여러 상황에서 살아가는 미분화된 분인이라고 정의한다. 보다 구체적인 분인으로 분화할 준비가 된 상태를 말한다. 그룹용 분인은 사회적인 분인이 보다 좁은 범주로 한정된 분인이다. 특정 상대용 분인은 사회적 분인과 그룹용 분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분인이다. 개인과 개인의 분인화가 안 되면 분인화의 실패인 것이다. ‘거짓된 나’는 타인에게 동조해서 그때그때 연기하는 모습이라는 이미지다.

 

로봇과 인간의 최대 차이점은 로봇은 -지금 상황에서는-분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96쪽)

 

방미인이란 분인화에 능란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당히 맞춰주면 통한다고 얕보고, 상대에게 맞춘 분인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97쪽)

 

만나는 사람에 따라 분인의 수는 달라지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분인의 숫자에 따라 실제로 사귀는 사람 숫자가 자연적으로 조정된다. 누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자신의 분인 구성 비율이 변한다. 그러니 개성이란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은 통하는 사람, 통하지 않는 사람, 끌리는 사람, 끌리지 않는 사람에 따라서 반응은 달리지고 리액션도 달라진다. 상대에 따라 순식간에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이란 개념의 모순에서 출발해서 분인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인간의 다중성을 설명하고 있기에 공감한다. 인간의 육체는 나뉠 수 없지만 인간 자체는 여러 분인으로 나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분인을 단위로 인간을 판단하는 사고방식이 참신하다. 어떤 분인이 중심이 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나로 변신하는 분인, 분인주의적 육아론, 좋아하는 분인이 많아질수록 긍정적이 된다는 말, 사후에도 살아가는 분인의 존재 등 모두 신선하면서도 공감가는 내용이다. 참으로 대단한 분석이다.

나의 정체성을 여러 모습을 한 분인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니, 저자가 말하는 분인이란 개념은 성격, 가치관 등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개념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꾸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목소리부터, 표정, 제스처, 대화의 내용까지도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늘 생각했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다.

 

개인과 분인의 관계를 읽다 보니 분자와 원자의 관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의 원자들이 모인 분자처럼 개인도 하나하나의 분인이 모인 결합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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