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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가슴이야기]진화과정에 공헌했던, 지금은 화학물 범벅이 된 젖가슴 잔혹사…….
말하기에 민망한 신체 부위인 가슴, 여성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젖가슴, 하지만 암 발생률이 많은 유방에 대한 책을 만났다. <가슴이야기> 이전에 프리뷰어로 참여했던 책이다.
기자인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과학자들이 해양포유류와 육상포유류의 신체조직과 젖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젖가슴을 통해 아이에게 산업 쓰레기를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자신의 젖을 독일 연구소에 보냈고 유럽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은 난연제(플라스틱과 섬유에 첨가하거나 목재에 도포해 쉽게 타지 않게 하는 화학물질)가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모유는 깨끗한 상태가 아니라 화학물질 칵테일이 되어 아기에게 제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자는 모유수유라는 가슴의 원초적 기능보다 성적인 매력, 몸매 과시용으로 가슴 성형을 하는 현실, 화학물질로 오염된 모유 수유라는 충격적 결과를 보고 <뉴욕타임스매거진>에 젖가슴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엄마가 먹은 음식으로 인해 모유엔 아기가 먹어서는 안 될 산업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니, 신체의 어느 기관보다 암에 취약한 부위가 젖가슴이라니, 실제 유방암 발생률은 1940년 이후 거의 2배가 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니, 모두 전혀 몰랐던 엄청 충격적인 사실들이다.
다른 동물들과의 차별성이 유방이라니, 신기하다. 사춘기 이후 매력적인 젖가슴을 가지는 유일한 영장류가 인간이기에 침팬지에는 유방이 없다고 한다.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진화과정에서 중요했던 유방의 역할이 고마울 정도다.
기후 환경이 바뀌어도 자식양육에 대한 대처가 유연할 수 있었던 것도 유방 덕분이고, 그래서 공룡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유방 덕분이라고 한다.
충분한 수유능력은 더 작은 아기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작은 아기는 엄마의 이족보행을 가능하게 했다. 인간은 작게 태어난 아기의 뇌를 모유수유로 인해 키울 수 있었다. 젖꼭지를 빨면서 아기 입은 발달했고 말을 할 수 있는 근육도 키웠고, 섬세한 키스 기술도 가능하게 했다. 더구나 모유수유로 인한 산모와 아기의 접촉은 친밀감, 공감, 의사소통, 사회화를 발달 시켰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고 가공식품이 많아질수록, 가슴 성형이 많아질수록 젖가슴은 시련을 겪게 된다. 진화의 우위를 점하게 도왔던 일등 공신인 젖가슴이 이젠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젖가슴에는 지방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방을 좋아하는 화학물질에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다. 성형으로 인한 주입물, 가공식품에 든 식품첨가물, 나빠진 공기와 물 등에 있는 독소들이 가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동물의 지방에 축적돼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난연제가 전자 제품, 가재도구, 식품 등 우리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읽을수록 놀라운 이야기에 전율이 일 정도다. 읽다가 멈추기를 여러 번 한 책이다.
이젠 남성을 위한 젖가슴이 아닌 아기를 위한 젖가슴의 본래적 기능을 생각한다면, 가슴성형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모유수유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식품첨가물이 든 가공식품의 섭취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와 환경의 역습을 견뎌온 젖가슴 잔혹사, 흥미로운 섬뜩한 이야기다. 환경의 영향으로 다듬어진 가슴이 어떻게 환경의 영향으로 파괴되는 가슴이 되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담은 환경의 역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이 환경에 저지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게 가슴이라니, 미처 몰랐던 이야기에 식겁할 정도다.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모유수유라니…….
가슴이 외부 환경에 가장 취약하기에 암 발생이 쉬워서 여성들이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가슴을 위한 성형 이야기, 의학적, 생물학적, 인문학적인 이야기 등 가슴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화과정에 공헌했던, 지금은 화학물 범벅이 된 젖가슴 잔혹사……. 건강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