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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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강준만]영어의 의미를 통해 낯선 문화를 만나다.

 

 

인간에게 있어서 언어는 소통의 수단이다. 언어는 데이터다. 언어의 어원, 의미만 잘 알아도 의사소통은 쉬워지고 재미있어진다. 말의 의미를 알면 이해력을 돕기도 한다. 그렇기에 말의 의미와 그 변천 과정을 찾아간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나 관용구의 사용 이유를 알아가는 것은 지식탐구의 출발이니까.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다룬 책을 만났다. 영어 위주로 되어있지만 언어를 통해 문화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음식문화, 식물·동물·자연, 대중문화와 소비문화, 인간의 정신과 감정, 인간관계와 소통, 성과 남녀관계, 정치·행정·언론, 기업경영과 자기계발, 학교와 교육, 민족과 인종 등으로 나눠 언어의 의미에 대한 호기심 여행을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왜 야만인을 ‘바베어리언barbarian’이라고 했을까?

 

옛날 그리스인들은 모든 외국어가 ‘바바barbar' 소리로 들렸기 때문에 그들은 외국인을 ‘바베어리언barbarian’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로마인들도 이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외국인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기에 야만인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barbarian은 ‘야만인, 미개인, 속물, 교양 없는 사람‘이란 뜻이고, 언어 능력의 결여나 사고의 결함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옛날 중국도 주변국들을 오랑캐로, 야만인으로 부르지 않았던가, 동이족, 서융, 남만, 북적 등……. 내가 아닌 남, 우리가 아닌 그들, 자국이 아닌 타국에 대한 비하나 무시는 인간의 본성일까. 자신을 높이기 위해 남을 깔아뭉개는 습성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인데…….

옛날 어른들이 낯선 영어를 흉내 낼 때 ‘솰라솰라’라고 하던 이야기나, 그리스인들이 외국어를 ‘바바’라고 하는 거나 매한가지다. 재치 있는 어른이었다면 ‘솰라맨’이라고 했을 법한데…….

 

 

햄버거hamburger와 몽골인은 무슨 관계인가?

햄버거의 역사는 중앙아시아의 타타르족에서 시작한다. 쇠고기를 날로 먹던 타타르족은 생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말안장에 깔고 다녔고, 저녁에 그 고기에 각종 양념을 해서 먹었다고 한다. 이 음식은 러시아에 넘어가 ‘steak tartare'라고 불렸다. 19세기 함부르크 상인이 러시아에서 본 이 음식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 익힌 요리를 선보였고,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에 전파하게 된 것이다. 1904년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햄버거‘라는 이름을 붙여 최초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음식의 변천 과정, 그런 음식에 이름이 붙는 과정이 재밌다. 햄버그의 햄은 함부르크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미국에서 처음으로 붙인 이름인 줄은 몰랐네. 만약 ‘햄버거’라는 명칭을 붙인 이들이 타타르족의 전통 음식에서 유래된 걸 알았다면 ‘타타르버거’라고 했을라나.

 

 

이외에도 왜 베이컨이 생활비와 성공의 상징이 되었나? 왜 그래프트 열풍이 부는 걸까? 권투의 ‘그로기’와 럼주는 무슨 관계인가? 하드보일드 문학과 달걀은 무슨 관계인가? 암모니아와 낙타는 무슨 관계인가? 왜 천둥을 훔치는 게 아이디어 도용이 되었는가? 왜 부유층을 제트족이라고 할까? 왜 섹스 심벌을 ‘폭탄’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남녀 사이에 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가? 왜 미술용 캔버스가 여론조사란 뜻을 가지게 되었는가? 등이 있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읽으니 호기심과 설렘, 긴장이 교차한다. 말의 의미를 통해 문화를 만나는 인문 여행은 그래서 즐거움이 배가 된다. 카누를 타고 영어라는 밀림을 탐험하는 스릴을 느끼게 된다. 한국어의 이런 인문 여행은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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