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반양장) 비행청소년 4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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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수학 난제 해결에 일생을 바친 수학자의 삶…….

 

학창시절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아무리 복잡하고 꼬인 문제라도 하나의 해답이 명쾌하게 나온다는 사실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특히 기하학 문제에 꽤나 설레며 풀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 만약 이런 난제들을 접했다면, 내 머리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난 이 난제를 붙잡고 늘어졌을 것 같다.

 

수학의 난제 중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 과 관련된 수학소설을 만나다니. 수학과 동화, 수학과 문학이 만난 책을 찾아 헤맨 적이 있기에 무척 반가운 소설이다.

 

어릴 적부터 수학에 천재적 소질을 가졌던 삼촌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는 20대에 대학 교수의 길을 걸었던 수학계의 유명인이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다. 가족들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했고 첫사랑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한 삶이었다. 아버지로부터는 직접적으로 쓸모없는 인간 실패한 인생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는 동생들마저 공개적으로 비웃기도 했다.

 

주인공은 페트로스 삼촌에 대한 비난의 근거를 찾으려고 하다가 되레 삼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삼촌과 가까이 할수록 온 가족이 반대하는 수학에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결국 결혼도 하지 않은 페트로스 삼촌의 죽음 이후 주인공은 삼촌의 유산과 유품인 수학책들을 물려받게 된다. 그 중에는 1742년 수학자 골드바흐가 쓴 편지를 담은 <오페라 옴니아> 제17권도 있고.

 

인생에서 반드시 이룰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삼촌이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평생을 바쳤던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삼촌의 일생을 실패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 도전하지 않으면 해결은 꿈도 꿀 수가 없는 일인데…….  그동안 수학적 난제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하나둘 씩 풀리고 있기에 언젠가는 ‘골드바흐의 추측’도 해결되지 않을까.

 

참고로, ‘골드바흐의 추측‘이란 골드바흐가 말한 첫 번째 명제이다. 이 명제는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4=2+2, 6=3+3, 8=3+5, 20=3+17 등 명제는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해내지 못한 명제다. 중국의 첸 징런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하나의 소수와 두 개의 인수를 갖는 합성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소설에서는 첫 번째 명제를 다루고 있다.

‘골드바흐의 추측’ 두 번째 명제는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다. 이 명제는 1937년 러시아의 정수론자 이반 비노그라도프가 증명을 해냈다.

 

1998년에 슈퍼컴퓨터로 400조까지는 이 추측이 참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어느 누구도 골드바흐의 추측이 어긋나는 짝수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드바흐의 추측이 완벽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 수학에서는 아무리 예가 많은 명제일지라도 증명할 수 없으면 참된 명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소수의 문제가 수의 구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15쪽)

 

저자는 그리스 태생의 작가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다. 그는 어릴 적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열다섯 살에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했고, 프랑스 고등학문연구원에서 응용수학 석사학위를 받은 수학자이자 작가, 연극과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되기도 한 책이다.

 

오랜만에 만난 수학소설이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마치 수학의 난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천재 수학자와 역시 난제를 이용해 사건을 추리해가는 천재 물리학자의 막상막하의 대결을 다룬 추리소설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던 때와 흡사한 즐거움이다.

 

평소 수학 난제를 다룬 소설은 추리소설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단서를 잡아 범인을 추리해서 밝혀내는 과정들이 수학적 증명의 문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수학적 난제에 평생을 바치는 어느 수학자의 삶을 소설로 다룬 이야기는 처음이다. 수학 난제 해결에 일생을 바친 어느 수학자의 삶을 보는 듯 매력적인 소설이다. 어디에선가 수학 난제를 붙들고 고민하고 있을 수학자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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