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의 윤리적 이해
이기천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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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의 윤리적 이해/이기천/인간사랑]스포츠와 영화가 만났을 때…….

 

 

스포츠 영화를 좋아한다. 조폭 영화와 SF영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 스포츠 영화는 단비 같은 존재여서 좋아한다. 스포츠 영화에는 목표를 정해 몸을 가꾸고 기록을 내느라 흘린 무수한 피와 땀방울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라서 좋아한다. 건강미와 불굴의 인간승리를 담고 있기에 좋아한다. 규칙 준수라는 윤리성도 있기에 정의로운 영화라서 좋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나온 『스포츠 영화의 윤리적 이해』, 그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이기천 교수다. 이 책은 학부 학생들에게 ‘스포츠 윤리’라는 교양과목을 수업하면서 정리된 결과물이다. 스포츠와 가치, 스포츠와 차별, 스포츠와 일탈, 스포츠와 도전정신의 4부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끌리는 영화는 <쿨러닝>이다.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가 권해준, 예전에 비디오로 본 영화다.

열대 지역인 자메이카 선수들이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굉장히 코믹하게 그려진 눈물겨운 영화였는데…….

 

 

성장 배경이 다른 네 명의 선수 그리고 상처를 가진 코치가 만나 동계 스포츠인 봅슬레이를 통해 하나가 되면서, 각자 가슴속에 갖고 있던 꿈과 희망을 달성해나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선수들의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동기, 아마추어리즘 같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준다. (55쪽)

 

세계적인 육상선수인 우사인 볼트를 배출한 자메이카는 육상의 나라다. 열대 기후이기에 눈 구경하기가 어려운 나라에서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 선수가 나오는 이야기다. 그러니 우여곡절은 기본이고 코믹은 덤이요, 감동은 보너스인 영화다.

 

육상 단거리 100M 선수인 데리스 배녹은 서울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열심히 준비를 한다. 컨디션도 좋아서 자신감 있게 대표선수 선발전에 나섰지만 주니어가 넘어지는 바람에 탈락하게 된다. 실망한 그는 아버지의 친구인 전직 봅슬레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미국인 아이브 블리처를 찾아가서 코치직을 부탁한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고 올림픽에서의 우승은 명예와 부를 가져다주니까. 더구나 단거리 육상선수에게 유리하다는 봅슬레이가 아닌가.

 

눈도 오지 않는 곳인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 선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이브는 코치직을 거절하다가 데리스의 정성에 탄복하여 코치직을 수락하게 된다. 데리스는 쌍카, 율, 주니어와 함께 팀을 꾸려 열심히 연습 한 덕분에 겨우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출전 경력이 있는 팀만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갑자기 바뀐 규정으로 인해 출전이 무산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위원회에 제소했고 위원회의 결정으로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은 낡은 연습용 썰매를 탔지만 놀라운 기록을 갱신하며 메달 후보들을 위협하게 된다. 하지만 썰매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메달 권에서 멀어지고 만다. 그래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뒤집힌 썰매를 메고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게 된다.

 

코치인 아이브 블리처의 어두운 과거로 인한 불리한 여건들, 다른 나라 선수들의 조롱과 냉대,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달성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소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주기에 스포츠 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책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요약, 영화 속 이야기, 해석적 이해, 심층적 탐구, 볼슬레이 경기에 대한 설명, 한국의 봅슬레이 현황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특히 심층적 탐구의 12가지 질문들이 굉장히 세밀하고 분석적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선수 네 명이 각각 어떤 이유로 봅슬레이 국가대표가 되려고 하며, 그들에게 ‘국가대표의 의미는 무엇인가? 선수들의 코치인 아이브 블리처가 팀의 코치직을 수락한 이유와 그의 ’상처와 꿈‘은 무엇인가? 선수들과 코치는 주위 사람들의 냉소와 멸시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개성이 강한 선수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한 팀이 되는가? 메달 획득에 실패한 그들과 자국 국민들에게 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목표를 갖는 다는 것은 중요하다. 목표를 향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불태운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쿨 하게 즐길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경쟁으로 인한 불안 사회, 1등만 인정하는 사회이기에 이 영화가 주는 시사점은 울림이 깊다.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회이기를 소원하게 된다. 1등이라는 선물은 짜릿하지만 꼴찌에게도 희망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박수를…….

 

책에는 쿨러닝, 불의 전차, 말아톤, 슈퍼스타 감사용, 포레스트 검프, 킹콩을 들다, 주먹이 운다, 베가 번스의 전설 등 15편의 영화가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다.

 

스포츠 영화는 소비적인 측면보다는 생산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이뤄가는 모습에서 싸구려 감성이 아닌 인간적인 깊은 감동을 전해 준다. 오락성과 교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쿨러닝>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감동은 두 배다. 메달과 승리에 대해 집착이 과열되면서 불공정한 심판이 난무하는 스포츠 세계에 대한 경종이니까. 현재의 삶 속에서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노력하며 부단히 땀을 흘리는 과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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