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라임 이펙트]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세상의 모든 역사는 범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 속에는 살인, 상해, 강도, 절도, 성폭행 등 개인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침략, 전쟁, 학살, 부패, 독재, 약탈, 노예제 등의 집단적인 범죄도 멈출 줄 모른다. 그러니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범죄들 중에서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을 다룬 책을 만났다. 『크라임 이펙트』Crime Effect

 

 

 

 

익히 알고 있는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은 세계 제1차 대전을 불렀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도 베트남전을 더욱 확대시켰다고 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 아편전쟁, 종교 재판 등도 모두 철저한 집단 이익과 욕망이 계산된 위장술이었다고 한다.

 

세상에나! 이익을 위한 전쟁의 역사 속에서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범죄의 성립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지만 숭고한 명분과 정당성 뒤에 감춰진 범죄의 오명을 어떻게 벗으려고 그런 전쟁을 저질렀을까?

 

범죄의 요건이 보편타당성을 기준으로 한다지만 때로는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다. 타인에 대한 해를 끼치거나 사회의 해악을 요건으로 한다지만 때로는 이득을 따지자니 사회 이익을 선택하게 된다. 조직범죄와 같은 집단범죄가 더 잔인한 이유는 책임의 분산 효과라고 한다. 범죄의 책임이 희석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모든 범죄는 탐욕의 결과다. 국가가 벌이는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반 범죄와 전쟁범죄의 동기가 다르지 않다. 저지른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도 비슷하다. 전쟁범죄는 합리화가 특히 심하다. 내 탓이 아니라고 둘러대는 것이다. (57쪽)

 

명분 없는 추악한 아편전쟁의 경우가 가장 비도덕적인 범죄가 아니었을까?

 

아편전쟁이라는 추악한 전쟁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명백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제국주의의 탐욕이 청나라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라는 기회를 틈타 저지른 범죄였던 것이다. (146쪽)

 

영국은 중국산 도자기와 차, 비단의 영국 내 인기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선택한 묘안이 아편수출이었다. 영국은 벵골 지역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밀매했다. 그로인해 중국의 은이 영국으로 흘러들었고, 청나라 관료와 군인, 일반 백성들까지 아편에 중독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청의 도광제는 임칙서에게 아편척결을 지시했고, 이에 임칙서는 밀매하던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모두 몰수해 바다에 빠트렸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아홉 표 파로 아편전쟁을 승인하게 된다. ‘자유무역‘이라는 궁색한 명분으로 증기기관으로 된 영국 함대를 이끌고 청나라를 수렁에 빠트렸다. 그 결과 중국은 영국과 불평등한 근대적 조약인 난징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후 홍콩이 영국에 넘어가고 5개 항구를 개항해 영국의 영사를 두고, 엄청난 전쟁 배상금과 아편 배상금도 물어야 했다. 공행의 독점무역도 폐지된다.

자신들의 이익을 이해 다른 나라 국민들을 마약에 빠트리는 영국을 과연 신사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신사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욕망 분출의 끝인 범죄행위는 이외에도 더 많을 텐데......

 

전쟁범죄는 범죄학의 중화이론이 적용되는 예라고 한다.

중화이론은 범죄행의의 정당화와 합리화가 가능하기에 범죄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상대방이 먼저 나를 모욕했으니까, 먼저 손해를 입혔으니까 등 근거와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니 전쟁이야말로 합리화와 정당화의 결정판인 범죄 행위다.

 

책에서는 신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신화의 시대, 문자와 법의 탄생과정, 함무라비 법전의 동해보복(탈리오 법칙)과 試罪法(피의자를 물에 빠뜨리거나 불 위를 걷게 하는 등 가혹한 시련에 처하게 한 뒨 유무죄를 판단하는 재판방식)의 의미, 로마의 카르타고 도시 파괴,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재판, 인신공양, 마녀재판, 분서갱유, 십자군 전쟁, 산업혁명과 폭동, 근대 경찰 창설, 금주법, 케네디 암살, 밤의 조직, 암살범, 부르카와 명예살인 문제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을 달고 있다.

 

 

 

 

이 책은 『신동아』에서 1년 넘게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이야기를 모은 결과물이다.

인간의 고통과 불행, 발전과 퇴보의 문제를 범죄 역사에서 들여다보고 인류 문제를 풀고자했다니. 대단한 시도다. 범죄가 역사의 방향을 어떻게 돌렸는지, 범죄에 대처한 역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정치적 꼼수, 경제적 계산들, 사회적인 속셈을 감추고 정의로 무장했던 온갖 범죄들에 대한 탐구다.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을 보면 범죄의 역사는 계속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기득권자와 권력자들은 당최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욕망을 위해 경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고, 정치 역시, 물밑 전쟁이 살벌하게 벌어지지 않나? 범죄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계는 유토피아일 뿐일까? 씁쓸하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