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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성년 -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작가들의 청소년 희곡집
김나정 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B성년]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非성년들의 未성년을 위한 희곡집...
지나온 시절은 아름답지만 늘 아쉬운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자신들이 살아온 날들을 추억하고 현재의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방황과 고민, 외로움과 소외감 등을 담은 희곡집을 만났다. 제목이 특이하게도 ‘B성년’이다.
제목을 ‘B성년’으로 한 이유가 재미있다. 스스로를 어른이기보다는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非성년 또는 未성년의 사람들 같아서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 너무 겸손하다. 황량한 청소년 희곡에 빛을 비추고 힘을 실어준 작가들이기에, B급 성년이 아니라 A급 성년이구먼...... 아직 성년은 아니지만 얼른 성년이 되고 싶은 성년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고교생들의 이야기이기에 제목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인 이양구는 전국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한 작품의 목록을 보고 이런 청소년 희곡집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희곡을 쓸 만한 작가들을 모아 청소년 희곡집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모은 작품들이지만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책에 나온 작품들을 마음껏 각색하고 사용하라는 취지로 낸 희곡집이다.
희곡집 작업에 작가들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양구, 2007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나정,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슬기, 서울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오세혁, 대학 3학년 때 대산대학문학상을 탄 이오진, 제1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한현주 등 6명이다.
김나정의 ‘방과 후 앨리스’가 재밌다.
고교생들이 청소년을 위한 솔루션 컨설팅 회사를 차린 이야기다. 고현과 남열은 평소에 어른들이 만들어낸 바람직한 청소년 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컨설팅 회사인 ‘방과 후 앨리스’를 차리고 청소년 문제 해결사가 되기로 한다. 십대들의 문제를 십대가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불만과 고민이 많은 아이들의 문제를 솔루션 하게 된다.
여자 친구 대역을 원하는 아이, 불면증이 있다는 아이, 자기 반 새끼들이 다 밉다며 몽땅 죽여 달라는 아이들이 각자의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데......
이양구의 <복도에서>는 평범한 학교생활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공간 배경은 고등학교 2층 상담실 앞 복도다.
상담받기 위해 복도에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의 풍경을 그렸다. 복도에는 서경, 현호, 민우가 의자에 앉아 있다.
민우는 영어 단어장을 외우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대화를 영어로 바꿔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어디에나 열공인 아이들은 있는 법이다. 서경이는 벽에 낙서를 하고 다른 친구들은 전학 간 친구 이야기, 서로 사귀는 이야기 등을 나눈다. 연애, 우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은근히 드러나는 일상적인 학교풍경이다.
6편의 희곡에서는 어른중심의 세상, 교사중심의 학교에 대한 십대들의 불만이 잘 드러나 있다. 고교생들이 가장 많이 화두에 올리는 내용들인 연애, 성적, 왕따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원조교제, 동성애 등 성문제도 다루고 있다.
고교생들의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고민과 방황, 꿈과 희망, 폭력과 소외감, 성문제들이 때론 아프게, 때론 먹먹하게, 때론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뛸 일을 찾는 아이들, 설레는 일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왠지 짠~해진다.
이 책은 2013년 우수출판기획안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청소년을 위한 희곡집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